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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흉내내기 <6회> 두 가지 잣대 -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4 조회수788 추천수12 반대(0) 신고
 

두 가지 잣대

 



 

   어떤 수도원에서 수사님이 늘 밥을 두 그릇씩 먹었다. 다른 수사님들은 그 수사님이 절제할 줄 모르는 욕심쟁이라 하여 그 수사를 미워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수사님들은 죽어서 연옥에서 단련을 받게 되었다. 연옥에서  단련을 받던 수사들은 갑자기 밥 두 그릇을 먹던 수사가 생각났다. 수사들은 서로 그 수사는 지옥에 갔을  거라고 얘기하면서 하느님께 여쭤 보라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수사는 천국에 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사들은 하느님께 따졌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수사는 원래 밥을 네 그릇을 먹어야 하는데 평생 두 그릇만 먹었으니 그 정도면 참으로 절제할 줄아는 사람이 아니겠느냐?"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잣대가 있다. 하나는 세상의 잣대, 즉 자신의 잣대이고 하나는 하느님의 잣대다. 예수님 시대의 일부 유다인들은 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잣대로 예수님을 평가했다. 하느님의 잣대로 예수님을 평가했을 때는 예수님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은 바로 예수님을 하느님의 잣대로 본 것에서 나왔다. 옷을 벗어 길에 깔고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흔들며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자신들의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자기들의 왕이 되어 달라고, 예수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따르겠다고 열렬히 환영했다. 하느님의 잣대로 볼 때 예수님을 따르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며칠 안 가서 예수님을 배척했다. 하느님의 잣대로 예수님을 본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세속적인 잣대로 예수님을 평가한 것이다. 세속적인 잣대로 예수님을 보니까 예수님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세속적인 잣대, 즉 부귀, 권세, 영화라는 잣대로, 눈앞의 얄팍한 이익과 육체적 편함이라는 잣대로 예수님을 평가하니까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하는 그런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예수님을 배척하고 마침내 죽여 버리라고 외쳤다.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에 처형당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신 것은 죄가 많아서도 아니고 힘이 없어서도 아니다.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인간을 위하여 돌아가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를 죽인 사람들이 그런 깊은 뜻을 알고 죽인 것도 아니다. 자기 딴에는 잘하는 줄 알고, 자기들 단에는 옳은 줄 알고, 심지어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를 처단함으로써 하느님을 위한답시고 예수님을 죽인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하느님의 잣대로 재지 않고 세속적인 잣대로 재면 이렇게 엄청난 죄악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두 가지 잣대가 있다. 하느님의 잣대와 세속적인 잣대이다. 세속적인 잣대로 이웃을 재려고 할 때 우리는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으며 내 잣대에 딱 맞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의 잣대로 판단해서 이웃을 단죄하고 거부하고 배척하고 마침내 죽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야기 속의 수사님도 밥 두 그릇 먹는 수사님을 자기들의 잣대로 판단하여 욕심쟁이라고 단정하고 욕심쟁이니까 지옥에 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자기들의 천당과 지옥에 보낼 권한이 있다면 그 밥 두 그릇 먹는 수사님을 조금도 망설임 없이 지옥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잣대로 판단했더라면 네 그릇이나 먹어야 하는 수사님이 두 그릇밖에 안 먹을 만큼 절제 있는 분이니까 당연히 천국에 가야할 분으로 존경하고 사랑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웃을 자기의 잣대로, 세상의 잣대로 판단 할 때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모든 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받아들 일 수 없고 사랑할 수 없겠지만 하느님의 잣대로 잰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속의 잣대로 볼 때 죽이고 싶도록 미운 남편이 하느님의 잣대로 보면 더없이 사랑스러운 남편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잣대로 볼 때 한없이 얄미운 이웃도 하느님의 잣대로 보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수수난성지주일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잣대로 잼으로써 예수님을 받아들인 사건과 세상의 잣대로 잼으로써 예수님을 배척했던 사건 모두를 성서 봉독에서 듣고 예절로써 재현한다. 이런 전례를 단지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 항상 실천해야 하겠다. 우리 신앙인의 잣대는 세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의 눈으로 보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행동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되자.

                                 

              - 박용식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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