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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07 조회수791 추천수12 반대(0) 신고
 

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 루카 14,25-33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순금(純金)을 집었으니 18K는 내려놓으시길>


   예수님 추종을 위해 부모나 형제자매를 미워하라는 오늘 복음 말씀은 잘 새겨서 들으셔야 할 말씀 같습니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 자주 빠지게 되는 오류가 성경에 대한 편협된 접근방식으로 인한 오류이지요.


   오늘 우리 손에 들려있는 성경의 시대적 배경은 우리 시대와 수 천 년이나 되는 격차가 있습니다. 문화도 다릅니다. 가치관도 다릅니다. 표현법도 다릅니다. 성경이 기록된 당시의 구체적인 환경이나 상황도 다릅니다. 청중도 다릅니다.


   성경을 바라볼 때는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 본문만 읽을 것이 아니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주석서나 참고서도 곁들어 읽으면 금상첨화입니다.


   가장 중요한 성경 봉독의 지침이 한 가지 있습니다. 신구약 모든 성경의 최종적인 요약은 결국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프리즘을 통해 성경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성경 안에는 다양한 하느님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없이 자비로우신 사랑의 하느님이 묘사되고 있는가 하면 분노로 이글거리는 진노하시는 하느님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로 과격한 언행도 서슴지 않으십니다. 때로 너무 지나친 요구로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십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우리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만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자식이 멸망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면, 부모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말로 타일러보기도 하고, 혼도 내기도 하고, 언성도 높이고, 눈물로 하소연하기도 하고 마침내 강제력도 동원할 것입니다.


   뛰어난 머리와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자녀, 그래서 장밋빛 미래가 눈에 선한 자녀가 노력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허송세월하고 있다면 부모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갈 것입니다. 욕도 할 것입니다. 극단적인 표현도 자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청 높은 목표를 정해 자녀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우리 인간을 향한 어쩔 수 없는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에게 ‘어쩔 수 없는 내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을 향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던지십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참으로 부담스런 권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자 길을 나선 사람들, 안 그래도 힘들어죽겠는데, 점점 더 코너로 몰고 가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예수님 추종을 위해 부모님을 미워하라고요? 형제나 자매와도 원수처럼 지내라고요? 결국 예수님을 따르는데 있어서 부모형제는 걸림돌이라는 말씀인가요? 이웃사랑도 하느님 사랑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셔놓고, 당신을 따르기 위해 가족들을 미워하라니 모순되는 말씀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보다 큰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작은 물줄기를 포기하라는 말씀입니다. 보다 큰 보물을 발견했으니, 작은 보물들을 손에서 놓으라는 말씀입니다. 순금을 집었으니 18K는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최우선적 가치로 두라는 말씀입니다.


   성직에 접어든 사람들, 수도생활에 투신한 사람들, 비록 물리적으로 부모형제를 떠난 사람들이지만, 영적으로는 주님 안에 더욱 굳게 결속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선적인 선택이 항상 이루어지는 사람에게 있어 부모를 향한 사랑, 형제간의 우애가 예수님 추종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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