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할미꽃 우리 엄마....
작성자박계용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2 조회수867 추천수13 반대(0) 신고

 

 

  엄마!

  초저녁부터 계속 울어대던 귀뚜라미 소리도

  간간이 들리던 새소리도 뚝 끊어진 지금은

  자정이 훨씬 지난 깊은 밤입니다.

 

둥글게 달무리진 보름달

처음엔 보이지 않던 별들이 여기저기 반짝임은  물기어린 눈물 때문인가요? 

참으로 오랫만에 바라보는 밤 하늘 입니다.

 

엄마!

오늘은 저 잔잔한 달빛타고 마지막 인사 받으러 오셨나요?

 

부엌 가까운 방에 궤연을 모셔놓고, 손수 아침 저녁 상식을 올리시겠다시던

아버지가,식구들의 의견에 따라 마지못해 엄마를 오빠집으로 떠나보내시고

그토록 애통해 하시더니,며느리 힘들까봐 백일 탈상으로 끝내라 하셨다니

정말 엄마가 돌아가셨을까 마치 꿈속의 일만 같은데,

이제 백일이 다 되어 간다는군요.

 

한밤중에 울려대는 전화 벨소리!

평소에 염려했던대로, 엄마가 안좋으시다는 언니의 떨리는 목소리.

어찌 할수없는 막막함,어서 가야 할텐데…….

지금 미국 몇시나 됐느냐고 애타하셨다던 아버지의 심정도 모르는 채,

여권 만들랴 이것 저것 정리에 하루를 지체하고,고향집에 도착 했을 땐,

엄마는 애기같이 작은 얼굴로 병풍 뒤에 누워 계셨지요.

 

엄마!

팔십 팔년 긴 세월 기다리셨는데 하루만 더 기다리시지,

재너머 시집 간 막내딸 기다리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 갔다던

할미꽃의 전설처럼 눈을 못 감으셨다던 엄마.....

 

 

할아버지 무덤가에 피어 있었던 새끼손톱 만한 할미꽃 한송이.

 

그렇게도 곱고 보드라운 은빛 솜털 안쪽에, 새색시 곤지처럼

 

어쩌면 그리도 고운 빛을 간직하고 있을까…..

 

마치도 은발의 엄마 가슴속에 숨어있던 사랑이

 

할미꽃처럼 연지빛 고운 모습일꺼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엄마!

십여년이 훨씬 넘는 치매로 하나하나 잊혀져 가던 기억속에,

언제 올래?” 울먹이시느라 전화도 못 받으시더니,

곧 간다는 거짓말만 여러해,정작 찾아 뵈었을땐,

방안 가득 장난감과 인형속에서,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낯선 할머니의 모습이었죠.

방에 들어 왔으니 모자를 벗어야 한다며,

인형의 리본을 풀어 귀밑머리를 꼭 꼭 땋기도 하시며,

성한 아이도 키우기 힘든데,

얘는 어디가 아픈가 하루종일 잠만 자니 어쩌냐?”고 걱정을 하시기도,

 

-응애 응애- 울다 우유병을 물려주면,_까르르- 웃으며

"엄마, 사랑해요!”

 

재롱떠는 인형의 얼굴에, 이마를 비비시며-까꿍 까꿍- 하시며 어르시더니,

이제는 엄마 잃은 아기 인형도 방 한구석에 슬프게 앉아 있었죠.

 

 아버지의 말씀대로 열여덟에 시집 와 칠십년을 함께 살다 먼저 가신 우리 엄마.

 그 긴 세월에 겪으셨던 엄마의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해도,

지금의 제 나이 무렵에 낳으셨던 막내 딸까지,외아들과 딸 일곱을 키우시기에

얼마나 힘 드셨을까?

언니들 말대로 늦둥이라 약해서인지,

아파 죽을것만 같다고,고집만 세어서 무던히도 엄마 아버지 속을 태워 드리는데 

큰 몫을 했건만,엄마 가시는 길에 인사 한마디, ....

편히 가시라는 눈짓 한번 못 했음을….

 

그저 루르드의 샘물로 닦아 드리고,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 제대초에 불 밝혀 성수를 뿌려 드린것,그뿐이었지요.

아무것도 필요 없었던 엄마에게 마지막 선물인 하얀 잠옷 입혀 드리지도 못하고,

영정 앞에 놓았다가 삼우제날 태워 드리니…….

높게 날기 위해선 가벼운 깃털마저도 떨구어 내는 새처럼,이 세상의 온갖 수고와

근심 걱정 하나 하나 떨쳐 버리고,흰자락 펄럭이며 높이 높이 오르시라고요.

 

엄마!

때론,밥 먹는 것도 잊으셨는지 입을 벌리지 않아 억지로 넣어 드리면,

입에 물고 계실 정도로 의식이 없던 엄마가, 꼭 일년전 큰언니가 떠났을때 방문을

향하여 손짓하시며,

~ 부르시더니너무 일찍 죽어 불쌍해서 어쩌냐, 나도 곧 따라 간다나도

 죽어…”아주 또렷한 소리로 이틀을 뇌이시니,

무의식도 죽음도 뛰어넘는 엄마의 사랑에,유난히 애틋했던 큰딸의 참척을 당하신

굴건제복의 아버지 모습에,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너지게 하더니, 엄마 가시는 길 

에 큰언니가 멀리 마중 나왔겠지요?

 

엄마! 이제는 잃어버렸던 기억도 되찾으셨는지요?

사랑받던 어릴적 기억만 남아, 집에 가신다고 길 나서시더니,

그렇게도 그리시던 할머니도 만나셨겠지요.

 

아직도 엄마와 헤어질 준비가 안 되었는데,

성인이 셋이 난다는 삼성산 산마루 할머니 옆에 엄마를 모셔 놓고,

호곡속에 절을 올리시며 눈물을 주르르 흘리시던 자그마하신 아버지 생각에,

오늘도 많이 울었지요.

아버지 계신데 울면 못 쓴다고 걱정하시는 어른들도 안 계시니…..

 

엄마! 이제는 슬픈 기억과 작별을 하려고 해요.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백일 맞은

아기처럼 마냥 행복 하세요.푸르른 천상 하늘가에 할머니랑 큰언니랑 소풍도 가 

시고, 언제나처럼 늘~ 지켜 봐 주세요.특히 우환에 시달리는 언니들을….

 

엄마가 마지막 찾아오신 보름 상망 이 밤에,

싸한 밤 바람속에 하염없이 보라빛 도라지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 어릴적 도라지꽃을 가득 심어 놓고 흐뭇해 하시던 엄마가 지금도 계실것만

같은데……이렇듯 멀리서 엄마의 무덤에 꽃 한송이 못 꽂아 드리지만,

이다음 언젠가 엄마! 나왔어!” 엄마랑 큰언니 찾아가는 그날까지.....

 

밤마다 작은 유리바구니에 촛불 하나, 꽃 한송이 동동 띄어 기도속에 마음의

강을 흘러 갑니다.

 

금강을 지나 백마강 가는 도중 삼성산 기슭을 돌아 엄마 계신 그곳으로........*...

  

 

 

                                  

                                   


                                                 * 음악: 찔레꽃 - 이은미 *
   

             

 

늘 떠나기만 하여 엄마를 아프게만 해 드렸는데...오늘도 이리 먼곳에서 마음만 가 봅니다...우리들의 어머니....또한 먼저 가신 영혼들을 기억하며....주님 곁을 늘 떠나가만 한 지난 날....십자가의길로...죽음의 길로 가시는 그길을 함께 가고자 ....길 나서는 사순의 마지막 성주간 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