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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장된 죄마저 사랑의 구원으로 이끄시는 분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31 조회수507 추천수3 반대(0) 신고

 

 

 

<위장된 죄마저 사랑의 구원으로 이끄시는 분>


“저 사람이 저렇게 많은 표징을 일으키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저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모두 그를 믿을 것이고, 또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이 거룩한 곳과 우리 민족을 짓밟고 말 것이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 “예수님께서 민족을 위하여 돌아가시리라는 것과,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것이다.” (요한 11,46-57)



  몇 칠전에 사순 시기를 맞아 판공성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사순시기 동안 희생으로 좋지 못한 습관을 끊어보려 결심했던 것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고 죄를 고백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사제께서 보속을 주시기 전에 뜻밖의 질문을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되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제님, 그 결심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예?”


  저는 한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제께서도 침묵으로 제 대답을 기다리셨습니다. 잠시 동안 고백소 안에 어색한 기운이 흘렀습니다. 속으로 난감하였습니다. 꼭 지키기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사순 시기 40여 일 동안에도 참지 못하고 범했던지라 언뜻 대답을 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러다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려는 듯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다 기어들어가듯 말하였습니다. 침이 마르고 진땀이 났습니다. 


 “사순 시기가 끝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그제야 보속을 주시며 사죄경을 염하여 주셨습니다. 정말 제 가슴을 치게 만들고 제대로 자신을 묵상하게 만들어 주는 기회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약한 몸인지 부끄러웠습니다. 죄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만드셨습니다.

  다시는 같은 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또 같은 죄에 빠지면서 이까짓 것쯤이야 하는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잘 걸려 넘어지는 죄가 있습니다. 자신이 잘못을 범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습관으로 치부하여 범하는 죄입니다. 또 오늘 복음에서처럼 자기들의 이익이 훼손 받을까 염려하여 알면서도 저지르고 보는 죄가 있습니다. 그런 죄를 범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핑계를 댑니다. 모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댑니다. 그럴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자는 말도 실은 커다란 죄가 된다는 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얼마나 위선에 찬 짓인지 낱낱이 들어납니다. 주님은 소외된 자, 작은 자,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구하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관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 상태를 유지 하려드는 가치관의 역전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요한 저자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보는 표지로 정반대되는 것을 한데 융합하여 관조해보는 시각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런 시각을 C.M. 마르티니 추기경은 대립의 일치(coincidentia oppositorium)라고 불렀습니다. 소외에서 사랑을, 비천한 데서 왕으로 등극하시는 모습을, 십자가의 치욕에서 영광을 볼 줄 알았습니다.

 

  요한 저자가 그린 영광의 신학은 인간의 죄마저도 올바르게 이용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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