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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1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3 조회수656 추천수9 반대(0) 신고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1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미사에 대한 묵상을 시작하면서~♣


     † 찬미 예수님~!


당에서 사목하는 사제의 팔자는 전업주부와 비슷합니다.

아내나 엄마로서 밥하고 빨래하듯이,

본당에 사는 사제도 매일 같이, 미사를 집전하고 고해성사를 줍니다.

말이 점잖아서 집전이지,

반복하는 일상은 자칫 무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제 개인의 인간적인 한계로 사목하는 솜씨가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집안 살림과 마찬가지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어쩌다 제 정신을 차려서 없는 솜씨를 부려 자기 딴에는 맛깔스러운 강론을 준비하거나, 정성껏 고해성사를 주면서 자기가 맡은 신자의 영혼을 깨끗이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이 성사의 은총을 꼭꼭 씹어 먹는 것 같지도 않고, 아이들이 더러운 옷을 방구석에 처박아 두듯이 고해성사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집안 살림과 마찬가지로,

본당에 사는 사제도 신자를 탓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립니다.

그래서인지 사제가 되어 본당에서 신자와 함께 미사를 거행하면서 이런 의문이 늘 머릿속 에서 떠돌아 다녔습니다.

“미사 시간에 정숙해야 한다는 것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텐데, 미사에 늦어 남들이 침묵 중인 참회 예식 때 들어오면서도 발소리나 문소리를 요란하게 낼까?”

“그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은 왜 모를까?”

그리고,

“어떤 사람은 분심이 들어 쳐다보는데도, 어쩌면 저렇게 하나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나?’

하면서 뻔뻔스럽게 예쁜 척 할까?”

“미사에 안 나온 것도 아니고 못 나왔으면서도 죄책감을 느껴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이 정작 미사 시간에는 왜 딴 생각만 하고 있을까?”

“미사 참례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가톨릭신자가 알고 있지만, 왜 아무도 미사 시간에 집중하지 않을까?”.....

또 모처럼 미사를 천천히 정성껏 지냈더니,

“신부님, 어디 아프십니까?”

하고 걱정스럽게 묻는 신자도 있고, 김빠진 맥주 같은 강론만 하다가 목소리를 높여 열정적인 강론을 하니까,

“우리 신부님께서 화가 나신 것 같다.”

하며 눈치를 보는 신자를 대하면서,

정말 무엇인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사 시간에 소란스럽다고 화만 내는 나 자신이 정작 신자들에게 미사에 대하여 가르치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한 십년 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사에 대하여 강의하고 강론한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도 엮게 되었습니다.

본 내용은 미사가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여 실천하기 위해서는 미사를 객관적인 사실로 이해하는 것보다 미사가 내 삶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활용하여 나름대로 미사의 은혜를 섭취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사는 거룩하다’

‘거룩하다는 것은 내가 예수님이 되는 것’

이라고 머리로 알고 있는 것보다 미사를 자기 삶과 연결하고 그 거룩함이 내 삶에서 빛나게 하는 것이 미사의 본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우주적 차원이나 역사적인 지평에서 구세사적인 시선으로 관통하여 다룰 능력은 저에게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서술한 내용은 혼자서 미사를 참례하는 경우에 국한하여 체험할 수 있는 내용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이야기 하면,

미사 참례 방법에 대한 실존적이고 감성적인 해석입니다.

신자들이 미사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과 논리적 인식 없이 무턱대고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신자가 무미건조하거나 편파적 감성을 가지고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원칙한 영성 상황은 개선해야 합니다.

물론 제가 미력하여 미사의 신비를 가리지나 않았는지 걱정도 되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신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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