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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 묵상]3월 30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30 조회수842 추천수8 반대(0) 신고

 

3월 30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요한 10,31-42


주님, 항복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판공시즌을 맞아 고백소에 들어앉아 있노라면 간접적으로나마 세상살이의 고초를 체험합니다. 너무도 거센 인생의 풍랑을 만나 하루하루 힘겹게 견뎌나가는 분들 앞에서 때로 위로의 말조차 찾기 힘듭니다.


   너무도 높은 벽 앞에 할 말을 잃고 주저앉아 그저 울고만 계시는 분들, 꼬이고 꼬인 인생의 실타래를 도저히 풀길 없어 난감해하시는 분들, 도무지 용서가 않되 괴로워 미칠 것만 같은 분들,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분들…


   해결방법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그럴수록 상처만 쌓여갑니다.


   결국 우리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인 무력함, 나약함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때로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자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로부터의 도움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만 합니다. 이토록 꼬이고 꼬인 삶의 실타래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실 분은 주님뿐입니다.


   결국 주님, 항복입니다. 더 이상 제 힘으로는 되는 것이 하나도 없군요. 이제 모든 것 당신 판단에, 당신의 자비에 맡겨드립니다, 라는 겸손한 고백이 필요합니다.


   그분께 맡긴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세월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무조건 인내하는 것입니다.


   요즘 꽤 넓은 텃밭을 구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웃기는 일은 아직 이랑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는데, 다들 벌써부터 신선한 야채샐러드 먹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아직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그리고 다들 초보농사꾼들이면서 벌써부터 다들 씨알이 굵은 감자나 고구마의 수확을 꿈꾸고 있습니다. 농사를 전문적으로 지으시는 분들 보시기에 한심스럽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세상만사에는 다 단계가 필요합니다. 만사에 시간에 필요하지요. 상처의 치유도 마음먹는다고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치유를 위한 시간뿐만 아니라 단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용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용서하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고백성사를 본다고 해서 용서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용서에도 기나긴, 그리고 꽤 복잡한 과정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때가 이르러야 가능합니다.


   그 모든 과정과 시간 안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의 힘입니다. 주님의 도움입니다. 제가 이토록 부족하고 그릇이 작으니 당신께서 도와주셔야겠다고 청하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노력으로는 세상이 바뀐다할지라도 ‘그 인간’ 용서하지 못하겠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면 용서가 가능합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그 아리고 깊은 상처 죽었다 깨어나도 치유하기 힘들겠지만, 주님의 도움에 힘입어 치유가 가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려는 적대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는 아버지의 분부에 따라 너희에게 좋은 일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에서 어떤 일로 나에게 돌을 던지려고 하느냐?”


   이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예수님 당신께 대한 신뢰심을 가지라고 신신당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만사형통할 때야 얼마든지 그분을 향한 온전한 신뢰를 드릴 수 있습니다. 고통이 없을 때, 실패의 쓴맛을 전혀 맛보지 못했을 때, 얼마든지 그분께 감사드리고, 충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가 다가올 때는 어떻습니까?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 우리 삶을 엄습할 때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런 하소연을 던집니다.


   “도대체 하느님이 계시기나 하는 건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찌 나를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떨어트리시는 건가?”


   그러나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하느님의 때는 반드시 있습니다. 때로 바로 응답하시지 않아서 답답하겠지만, 때로 하느님이 너무 더디 오시기에 기다리느라 지루하겠지만, 반드시 그분께서는 오십니다. 참고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그분께서 힘차게 활동하실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이 부담스런 ‘나 자신’이란 크나큰 속박에서 해방되어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하느님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제대로 된 찬양과 영광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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