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후,

언젠가부터 모든 시간의 단위는 아이들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할수록

내 생활도 거기에 맞추어

각각의 일들에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아이들 학교의 학사 일정표가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에 있게 됨과 동시에

교과서 표지를 비닐로 깨끗이 싸고 새 학용품들을 준비하며

새 학기는 시작된다.

이제 큰 아이는 자신이 직접 책 표지를 싸지만,

작은 아이 새 학년 교과서를 싸주며

문득 어렸을 때 학기 초가 되면 친정 아버지께서 교과서를 정성스럽게 싸주시던 생각이 났다.

어릴 적 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받아오면

우리 삼남매는 으레 아버지께 교과서 더미를 갖다드린 후,

아버지께서 교과서를 차례차례 싸주시는 것을 주위에 빙둘러 앉아 지켜보며 기다렸었다.

언제부터 책 표지로 비닐이 일반화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책 표지를 비닐 대신 깨끗한 흰 종이로 쌌던 기억이 나는데,

교과서 겉표지를  깨끗하게 싼 흰 종이 위에 아버지께서 멋진 붓글씨체로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등등 과목 명과 함께 학년, 반, 이름을 써주시면,

우리 삼남매는 완성된(?) 교과서를 받아들고 

공부하기 전부터 벌써 뿌듯한 마음이 되어 좋아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

이번 새 학기는,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초등 학교 6학년생 작은 아이에게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들뜬 가슴으로 희망을 안게 되는 것....

기대감과 설레임,

또 한편으론 약간의 두려움마저도 있을 

또 하나의 시작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늘 밝고 건강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목표를 잘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한 나 자신도 나의 위치에서 생활에 충실하며

열심히 노력하리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졸업식 때와는 달리 엄마들이 많이 준비를 안해와서 거의 유일했던,

                                     그래서 오히려 뻘줌(?)했던^^, 큰 아이 고등학교 입학식 축하 꽃다발)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회원소식지 2월호에서 보고

마음에 많이 와닿았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옮겨봅니다. 

희망에게

                                   이 해 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 섰는

겨울 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 흐르는 음악은 전차님께서 주신 Phil Coulter의 Meditation입니다.

   글 분위기와 잘 어울려 나중에 넣었습니다. 전차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