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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3일 야곱의 우물- 마태 18, 21-35 묵상/ 용서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3 조회수501 추천수1 반대(0) 신고

용서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는 자기 종들과 셈을 하려는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임금이 셈을 하기 시작하자 만 탈렌트를 빚진 사람 하나가 끌려왔다. 그런데 그가 빚을 갚을 길이 없으므로, 주인은 그 종에게 자신과 아내와 자식과 그 밖에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갚으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제발 참아주십시오. 제가 다 갚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 종의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를 놓아주고 부채도 탕감해 주었다.

 

그런데 그 종이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 하나를 만났다. 그러자 그를 붙들어 멱살을 잡고 ‘빚진 것을 갚아라’ 하고 말하였다. 그의 동료는 엎드려서, ‘제발 참아주게. 내가 갚겠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그는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서 그 동료가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었다. 동료들이 그렇게 벌어진 일을 보고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죄다 일렀다.

 

그러자 주인이 그 종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러고 나서 화가 난 주인은 그를 고문 형리에게 넘겨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마태 18,21­-35)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용서의 문제로 고민을 한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한테버림받은 청소년, 돈 관계로 가장 가까운 친구·친척을 평생 원수로 삼고 사는 수많은 사람, 구타와 이혼으로 갈기갈기 찢긴 마음으로 살아가는 부부들, 또한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몰살시킨 만행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족들, 테러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반목하며 사는 사람들, 역사의 풍랑 속에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이는 가해자가 되고, 어떤 이는 피해자가 되는 비극에 이르기까지 용서는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문제다.

 

스탠포드 대학의 프레드 러스킨 교수는 용서에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용서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용서란 삶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때도 평온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안에서 불쑥 솟아나는 화를 다스리고, 우리의 상처 받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용서라고 말한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속에 담긴 진실은 용서란 어쩌면 한 번의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용서는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용서했다는 순간의 결심이 매일의 삶에서 반복적으로 내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과정, 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극복해 가는 매순간이 모여서 용서라는 인간의 위대한 행위가 완성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안에 용서의 근육을 키우기를 바라신다. 우리 삶에서 수없이 드러나는 화로 인해 우리 몸과 정신이 상하지 않도록 초대하고 계신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의 시간을 우리는 용서를 생각하며, 용서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사순시기, 어쩌면 용서를 묵상하기 가장 좋은 때인지도 모른다. 수난받으시는 예수님과 함께 용서의 힘이 내 안에 자라나도록 열심히 훈련하는 기간이 바로 사순시기인 것이다.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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