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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심(回心) ..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2 조회수581 추천수5 반대(0) 신고
              
 

 

회심(回心) 

 

   내게는 국제 형제 자매회 회원인 이탈리아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덕에 나는 신림동 산동네를 가끔 찾아가곤 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사는 그 곳 사람들을 보고 만나는 일은 내게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나는 여느 곳과는 다르게 주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느끼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곤 했다.


   힘겨운 그들의 삶을 접하면서 가난이 무엇인지,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 나의 삶에서 예수님은 어디에 어떻게 계신지, 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느 추운 겨울날, 친구를 찾아갔다. 그 곳은 둘이 마주 앉아 발을 뻗으면 서로의 발이 닿게 되는 작은 방이지만 마음은 늘 따뜻하고 훈훈하며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 날도 우리는 예외 없이 그 곳 사람들의 걱정과 기쁨, 고통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옆집 현숙이 어머님이 오셔서 저녁 7시에 공동체 가족을 위한 미사가 있다고 알려 주셨다. 나는 생각지 못했던 그 소식에 마치 기쁜 잔치에 초대받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미사전례를 드리러 찾아간 집은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이나 방이 아주 작은 집이었다. 방 한 구석에 사과 나무상자가 옆으로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십자고상이 올려 져 있었다. 미사에 참석하러 온 식구들은 20여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방과 마루에 꽉 차 쪼그리고 앉아야 했다.


   그 날의 복음은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관한 것이었다. 미사를 주례하신 신부님은 강론 대신 모두 돌아가면서 각자에게 성체성사가 어떤 의미인지 함께 나눠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때 한 자매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늘 공공취로 사업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3만 원을 받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연탄 두 장, 생선 두 마리, 쌀을 좀 샀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파서 일을 못 나간 마리아 집에 들려 연탄 하나와 생선 한 마리 남겨 주고 집에 왔습니다. 부랴부랴 저녁밥을 지어 식구들과 나누어 먹고 미사에 왔는데, 제게는 이것이 성체성사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여기에 계시는구나!’ 하는 강한 현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당신의 몸을 쪼개어 전적으로 내어주시는 사랑의 성사’를 몸으로 알아듣는 은총의 체험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성체성사의 의미가 얼마나 현실과 떨어져 있는 머리만의 사변인지, 삶이 따라 주지 않는 이론뿐이었는지,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그 곳이 은총의 장소로 남아 있다. 그리고 삶을 나눠 준 자매님의 그 고백은 늘 내게 도전이 되어 나의 삶을 재점검하게 하는 회심의 지침이 되고 있다.


         ● 박정자 로사리오 수녀·성심 수녀회,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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