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는 나이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조상 아브라함도 죽었는데 당신이 그분보다 훌륭하다는 말이오? 예언자들도 죽었소. 그런데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는 것이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 나도 너희와 같은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요한 8,51-59)

  요한복음서 8장은 예수께서 유대인들과 논쟁을 하시며 당신의 정체를 밝히시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요한저자는 예수님께서 “나는 나이다.”라는 관용구를 사용하시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나는 나이다.”라는 의미는 구약에서 야훼 하느님을 가리키는 관용구입니다. 탈출기 3,14절 “나는 '있는 나'다.”를 히브리어 네 글자로 “와우 헤 요트 헤”라고 표시하며 이스라엘인들은 신성사문자라고 하여 발음조차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자로는 “와우 헤 요트 헤”를 적었지만, 읽기는 아도나이(주님이라는 뜻, *새 성경에서도 이 神聖四文字를 야훼라고 음역하지 않고 주님이라고 번역하여 본래 의미에 충실하였음.)라고 읽었습니다.

  “제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서,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고 말하면, 그들이 저에게 ‘그분 이름이 무엇이오?’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나는 '있는 나'다.” 하고 대답하시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탈출기 3,13-14)

 “나는 '있는 나'다.”  이 뜻은 여러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존재하시는 분, 만물을 창조하시는 분, 첫 원인이신 분 등등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 신성사문자를 구약성경의 그리스어 역본인 칠십인역에서 그리스어로 “에고 에이미 호 온”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즉 그리스어 “에고 에이미”라는 구절은 하느님을 뜻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요한저자는 이 “에고 에이미” 어구를 요한복음서에서 의도적으로 예수님께 적용합니다. 특히 8장에서 모두 5번이나 사용합니다. 그 뜻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에고 에이미”라고 여기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구약의 하느님과 동등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8,58절b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을 그리스어 원문대로 써보면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원문에는 에이미 동사를 과거형을 쓰지 않고 현재형을 썼습니다. 그 말은 요한저자가 “에고 에이미”를 관용어구로 보았다는 말도 됩니다. 그는 예수님을 하느님이신 분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prin Abraam genesthai ego eimi "

  이를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나다.'" 라고 새겨들으면 그 뜻이 분명해집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 창조주 하느님과 동등하신 분이시니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계신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사실 요한복음서는 예수님을 직접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유일한 복음서입니다.(1,1:  1,18:  20,28) 그런 요한저자이니만큼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으로 "에고 에이미"라고  선포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요한복음서 전체를 조망하면 8장이 갖는 중요한 위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8장에서 유대인들이 도저히 깨닫지 못하는 예수님의 난해한 말씀의 의미가 한 눈에 보이게 됩니다. 그 뜻이 밝아지게 됩니다.

  당신께서 세상의 빛이시고, 자신을 증언하는 이이며, 그이라고 말씀하십니다.(8장에서 12.18.24.28.58 절에서 다섯 차례 '에고 에이미'가 쓰였음.)

  예수님은 빛이시고 스스로 근원이 되시는 분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