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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께 매인 행복한 삶 . . . . . . . [최혁순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27 조회수1,177 추천수13 반대(0) 신고

 

 

 

 

어린이 미사 후,

유치부에 다니는 민석이란 녀석이 이런 질문을 한다.


신부님! 예수님 본 적 있어요?  신부님은 순간이동도 할 수 있어요? ”

 

그리고는 수단 입은 내 모습을 보고서는

 

신부님!  빗자루 타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어요?”

라며 둥근 눈망울을 굴린다.


수단 입은 내 모습이 꼭 동화책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보였나 보다.

아이의 궁금증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순수한 눈망울을 보면서 그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신부님은 예수님을 매일 매일 보면서 산다 고 했다.

그리고 순간이동과 하늘을 나는 것은

민석이가 미사에 빠지지 않고

예수님께 기도 열심히 하면 보여주겠다고 허풍을 쳤다.

 

민석이란 녀석은 요즘도 나를 볼 때 마다

순간이동과 하늘을 나는 쇼를 보여달라고 한다.

거짓말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고민도 하지만

민석이의 순수함에 또 하루가 행복하다.


시골 본당에서 삶은 분주하지 않기에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한 꼬마아이의 순수한 상상력에 하루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사목자로서 딱딱한 모습보다는

예수님께 대한 순수한 상상력으로 그분께 갈증을 느끼며

그분께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눈망울을 달라고 기도한다.


가끔씩 사제관에 신자분들께서는

옥수수나 감자 그리고 반찬을 가져다 주신다.

신부가 굶어 죽을까 하는 걱정에서가 아니라

신부에 대한 정성이 지극하셔서 가져오시는 거다.

 

그 순수함과 사랑에 가져오신 감자와 옥수수는

더 이상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 감자 한 입은 예수님께 대한 사랑 한 입이다.


시골 본당에서 삶은 행복 그 자체이다.

순수함 속에 가끔씩 가 스며들기도 하지만

는 벗기는 고통만 감수하면 된다.


도심지에 계시는 신자분들은

시골 생활이 갑갑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끔 하신다.

 

그러나 세속적 갑갑함이 불편한 것이지

주님께 속하고 신자분들에 매여 있는 삶은 행복 그 자체이다.


- 하느님을 소유하는 이에게는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고

  오로지 하느님으로 충분합니다 -

예수의 데레사 성녀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은 시골 신부로서 살아가는 나에게 큰 힘이 된다.

또한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바램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기에 부끄러움도 많지만

오늘도 신자분들의 순수함이

나의 를 한꺼풀 벗겨주길 기도한다.

 

참, 민석아!

순간이동과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나는 쇼는

예수님이 허락하시면 그때 보여주마.

 

 

- [사목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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