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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속으로의 회귀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22 조회수760 추천수6 반대(0) 신고

세속으로의 회귀


오랜만에 완전한 세속의 맛을 본다. 그렇다고 저작거리의 고기 맛이나 술맛이 아니라, 인간들의 아귀다툼의 장속으로의 세속을 말함이다. SLP라는 서강대 법인의 돈버는 자리의 CEO다.

 

남들은 사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참 그렇다. 세속을 떠난 사람이 다시세속의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한 것인지를, 어느 한편 세속의 삶이 싫어 떠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지사 다시 세속으로 내려왔다면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할 것이 아닌가? 뭔가를 해야 함은 결국 돈을 벌어야한다는 것이다. CEO의 생명이자 꽃은 경영의 달인이 되어야함이다.

 

수도자가 도사에 가까운 영적통달을 이뤄야 하듯이 경영을 하는 이는 당연히 경영의 어떤 노하우를 들어내지 않고서는 그곳에서 피울 꽃이 만만치 않음을 직시해야한다.

시작하자마자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많다. 제일 난제는 51개 어학당의 원장님들이다. 이분들과 입씨름을 하는데 입씨름이 대부분 돈이다. 원 참 사람이 다 돈으로 보이니 이 일을 어쩜 좋을 고.......

 

첫날부터 줄타기를 하는데, 이 줄이라는 것이 참 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외줄이니,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고, 이게 나의 삶이고 운명이라면 이 줄을 잘 탈 수 밖에, 잘 타다보면 뭔가 잡히는 것이 있겠지. 남들이라고 다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뭘꼬?

 

이래서 탄 외줄의 줄, 줄 땅기기는 장장 7시간 이상을 갔다. 그것도 화장실 두 번가는 것이 다이고 목이 타 물만 줄 창 마셔대며 했던 그 시간.......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는 가운데서도 이 사람들을 주님 굽어 살펴 주소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기도 후에 나온 답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다.

 

이래서 줄타기와 줄 땅기기는 막을 내렸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니 한 구석에 서글픔도 있다. 그래 이것이 세속의 삶이요 사람인 이상 이것을 벗어나지 못함이구나 생각하니 한편 편안한 면도 있었다.

 

동시에 늘 세속에서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얼마나 힘들까? 또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그동안 세상 편안하게 살아왔음이 눈에 선하다. 이유 없이 지난 나의 삶에 대해 그냥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는 중 눈물이 흐름은 무엇일까?

이런 차원에서 예수님의 삶을 보면, 참 그분은 대단한 분이라는 것이 절로 고개 숙여 느껴진다. 수도원도 없는 삶 안에서의 다양한 일을 하시면서 자신과 자신의 제자들을 먹여 살리신 예수님, 그뿐인가 당신께로 오는 사람들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책임지시던 그분을 보면 더 높은 차원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어렵고 바쁜 가운데서도 불평하나 없이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하시고, 그 늦은 밤엔 산에 들어가시어 아버지를 만나던 그분, 참으로 그분으로부터 깊게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세속 삶이 다 세속이지, 어디 구분이 되는가?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이지, 산속에 있든, 저작거리에 있든 그것이 무슨 문제이리오. 예수님의 공생활을 관상하며 느끼는 것은, 그분은 속과 성을 그다지 구분하지 않으셨다고 본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고 이야기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예수님도 세속에 살 때 철저하게 그들과 어울려 살았다. 다만 공생활과 고난의 시간을 지나, 부활의 삶으로 당신을 변화시켰을 때와는 달랐지만, 공생활과 수난의 시간 안에선 철저하게 세속의 삶을 사신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분은 한 점 부끄럼 없이 그 세속의 시간을 거룩하게 승화시키며 사셨다는 점이 대단한 점이다.

 

좀 엄살을 떨 때 부끄럼이 엄습해 옴은 그분도 인성을 가지시고 마치 철인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해내시면서 하셨는데, 왜 난?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이만큼 느끼고 사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면 위로를 삼아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세속의 삶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삶인지를 또다시 실감하는 그런 시간들이었으며, 더욱더 분발하여 잘살지 않으면 안 됨을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다.

 

그러니 복음삼덕을 사는 우리네 수도자들은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아주 깊은 감사의 모습을 보이며 살아야 함을 요즘 들어 더 깊게 느끼며 산다.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찐하게 올려본다.

 

 

                                                                   <예수회 홈페이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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