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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위해서" --- 2007.3.21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21 조회수569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3.21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

 

창세12,1-4a 필리4,4-9 요한17,20-26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위해서"

 

 



아주 오래 전

수도원을 방문한 개신교 신학생의 질문이 생각납니다.


“신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호기심 가득한 질문에 즉각적인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입니다.”


대답하고도 내심 흡족했습니다.

 

‘알렐루야’로 살다가

‘아멘’으로 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성공적 인생일 것입니다.

 

유종의 미란 말도 있듯이,

중요한 건 잘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입니다.


잘 살기도 힘들지만 잘 죽기는 더욱 힘듭니다.

그래서 사막의 수도자들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후배들을 충고했고,

우리 역시 매일 끝기도 때 마다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기도 합니다.


죽음을 가볍게 취급하거나,

죽음을 잊고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현실 삶에 몰두하는 모든 현상들,

삶의 깊이와 무게를 상실한 천박한,

얕고 가벼운 현대인들의 특징입니다.


사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죽음보다

이웃에게 큰 선물도 없습니다.


무한한 희망과 위로를, 용기를 선사하는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런 죽음은

어둡고 우울한 슬픔의 장례식이기 보다는

기쁨의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선종하신

교황 바오로 요한 2세의 죽음이 그러했고

오늘 별세 축일을 지내는

성 베네딕도의 죽음이 그러했습니다.

 

성 베네딕도의 임종 장면

늘 읽어도 감동스럽고 새롭습니다.

 

그레고리오 대 교황님의

베네딕도 전기 37장 2절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그분은 임종하시기 엿새 전에

  당신을 위해 무덤을 열어 두라고 명하셨다.  

  곧 이어 그분은 열병에 걸리셨고

  심한 열로 쇠약해지기 시작하셨다.

  병세는 날로 심해져서 엿새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시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생각 없이 막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잘 죽을 수는 없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에,

준비 없이 살다가

불쌍하게 세상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요?


고맙게도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가 답을 주고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 좋아 거의 그대로 인용합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친절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하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리고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 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주실 것입니다.”


환경 탓, 사람 탓하지 말고,

이런 삶을 습관화 할 때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에 죽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고, 감사하며, 기도하는 삶일 때

주님과의 일치도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말씀처럼,

주님은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는 주님 안에 계시므로

주님과 하나가 되고,

이어 형제들과도 주님 안에 하나가 됩니다.

 

하나의 일치를 통해서 환히 드러나는 아버지의 영광입니다.

 

이런 우리들 하나하나에게

하느님은 1독서의 아브라함과 똑같은 복을 선사하십니다.


“나는 너에게 복을 내리어 너의 이름을 빛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하여 많은 이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주님과 하나 될 때

우리는 복덩어리 인생이 되고

이웃을 위한 하느님의 복의 통로가 된다 하십니다.

 

이런 복된 삶에 복된 죽음이 따름은

너무나 자연스런 순리입니다.


사순시기에 맞이하는 복된 성 요셉 성월인 3월,

임종하는 이의 수호자이신 성 요셉의 삶과 죽음,

그리고 성 베네딕도의 삶과 죽음

우리에게 참   귀한 교훈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도 주님께

거룩하고 아름답게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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