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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5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8 조회수725 추천수5 반대(0) 신고

 

미사의 소프트웨어 I[제 5회]/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님.


♣~ 미사의 속기도[소프트웨어]~♣

   

런 처참한 미사 참례의 현실 속에서 더 비참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미사에 참례할 때 어떤 형태로든지 자기 나름대로 소프트웨어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미사가 뭔지 모르더라도 머릿속 을 텅 비워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미사 중에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습니다.

보기를 들 필요도 없이 미사를 시작하는 순간에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기가 막히게도 많은 신자들이 겉으로는 기도하는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맨 먼저 드는 이런 생각에는 영세 때부터, 또는 어릴 적부터 찌든 미사 참례의 지겨움이 배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하게 떠들고 장난을 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잡다한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거룩한 미사 시간을 허송세월하면서도 “이 미사가 내 삶에,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내가 공부를 잘하고 출세해서 돈 잘 벌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깔려있습니다.

그 안에는 미사에 대한 무지와 의심만 담겨있습니다.

사실 예비자가 미사에 처음 참례하면서 당황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세상을 사는 것이 힘들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 처음으로 성당에 왔지만, 뭐가 뭔지 아무 것도 모르겠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어서 맨 뒤에 앉아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별로 들어보지 못한 말을 어떤 사람[주송자]이 앞에서 떠들더니, 원피스 드레스처럼 생긴 별난 옷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들어와서 “성부와 성자와..”하는 것입니다.

눈치로 때려잡아“아~! 이게 미사의 시작이구나!”하면서도 벌써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몇 마디 하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앉아버립니다.

두리번거리다가 따라 앉으면서“그래 이건 좋군! 좀 쉬어 가야지.”하면서 배짱 좋게 다리 쭉 뻗고 앉았는데, 또 한꺼번에 다들 벌떡 일어섭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하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가톨릭교회의 미사는 굉장히 복잡하구나!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못 살게 구는구나.”하는 정도의 판단이섭니다.

그리고 나서 잠깐 앉아 신부가 몇 마디 하는 것을 듣고, 일어섰다 앉더니 또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지갑을 꺼내고 줄지어 앞으로 나갔다 오는 겁니다.

“아마 앞에 가서 돈을 내나 보다 나도 나가야 하나?”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이거 왜이래!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겠는데, 내 돈을 거저먹으려고! 그건 안 되지.”하면서, 다행히 나가지 않아서 금전적인 손실을 막습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그 위기를 넘겼구나!”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다 쉬기도 전에 심각한 분위기에서 종소리가 몇 번 나더니 또 사람들이 자꾸 나가라고 밀어 대서, 묵을 빼고 앞을 보니까, 이번에는 돈을 내는 것 같지도 않고 또 뭐 먹는 것을 주는 것 같기에 따라 나갔더니 신부라는 사람이 영세도 안 받은 사람이 왜 나왔느냐고 화를 내며 면박을 주고....“처음 온 사람에게 이럴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고,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미사가 너무 어렵고 낯설어서 가톨릭신자가 될 엄두가 나지 않고, 분위기도 마음에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여곡절 끝에 영세를 받고 신앙생활을 꽤나 했다고 해서 저절로 이런 고질적인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통박이 늘고 양심에 굳은살이 박힌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다만 습관적으로 무감각해질 따름입니다.

잘못된 소프트웨어에 숙달된 꼴입니다.

“..이쯤 되면 앉고..좀 심각한 척 하고 눈감고 있다가..그래! 좀 지나서 이런 말이 나오면 벌떡 일어서면 되고....”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현실에서 부활시기 전례는 죽을 때까지 헛갈리다 맙니다.

이런 기계적이고 고정된 악습은 특별한 노력 없이 개선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미사의 겉 기도[hardware]와 속기도[software]를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어려운 말로 형상[forma]에 질료[materia]를 담는 이 과정을 통해 그동안 내 삶의 데이터를 미사가 제공하는 예수의 거룩하신 삶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을 되짚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미사의 요리사로 이어집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주임 정훈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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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promiseㅣ이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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