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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5일 야곱의 우물- 루카 11, 14-23 묵상/ 하느님의 손가락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3-15 조회수559 추천수5 반대(0) 신고

하느님의 손가락

그때에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루카 11,14-­23)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부분에는 하느님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 듯 말 듯 그려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아담이 하느님에게 숨결을 받는 순간을 두 손가락의 만남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그 당시 유명했던 기도문 ‘창조주여, 오소서(Veni Creator)’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기도문에서 하느님 창조의 숨결을 하느님의 오른손가락으로(Tu, digitus Paternae dexterae) 표현한 데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유명한 작품이 그렇듯이 미켈란젤로의 하느님 손가락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생명을 시작하는 데 하느님의 어루만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편 저자는 이 세상 만물에 대한 하느님의 어루만짐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러러 당신 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4-­5) 하느님께서 나를 어루만져 주시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어루만져 주신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함을 노래한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닮은 까닭은 우리한테도 이 세상을 어루만지고, 이웃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손가락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느님과 우리는 ‘손가락이 닮은’ 사이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만지고 보듬어 줄 능력이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을 포옹할 힘이 있다는 것이 하느님과 우리의 가장 닮은 점이 아닐까? 밖에서 다쳐 돌아온 아이를 쓰다듬고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에서, 실의에 빠진 동료의 등을 두드려 주는 모습에서, 아픔에 지친 환자에게 다가가 지그시 손 잡아주는 모습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이웃을 안아주면서 우리는 가장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 된다. 사람을 살리고 우리를 살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살리는 창조의 숨결이 짧은 어루만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세상의 악을 몰아냈다고 말씀하신다.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어루만지신 그 손가락이 우리 편이라고 선포하신다. 오늘 하루, 어루만짐이 많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상처로 어두워진 마음, 분노와 미움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상처를 보듬어 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지막이 기도하자. “주 우리 하느님, 우리 손이 하는 일 잘 되게 하소서”(공동번역 시편 90,17).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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