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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주 특별한 아이들과의 피정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9 조회수725 추천수6 반대(0) 신고

천주께 감사하는 시간들



틈틈이 과거로 돌아가 보는 것도 솔솔 한 재미가 있음은 역시 하느님의 은총이다. 역시 과거가 많음은 때론 좋아 보인다. 그것이 즐거웠던 것이든 좀 불행했던 것이든 과거 안에서의 역사는 우리를 어떤 방법으로든지 살찌우고 있다는 사실이 요즘은 좋다.

 

자신의 역사 가운데 그분의 은총 속의 시간이 많다면 그거야 더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불행했던 자신의 역사가 다 나쁜 것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두엄이나 인분과 같은 퇴비도 그 과거의 고통과 냄새나는 그 내음이 있었기에 신선함이나 향기를 내뿜어 주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로 바뀌어져 있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나의 역사를 돌아봐도 그 고난과 고통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이 내가 있겠는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즐겁게 배고파하면서도 기뻤던 그 시간을 회상해 본다.

 

시간을 돌려 아주 애송이 수사시절로 돌아가 본다. 그때만 해도 대머리도 아니고, 힘으로 하면 누군가 대적을 해도 뭔가 해 볼만 한 자신감에 넘쳤던 시절, 나는 필리핀 민다나오 이필이라는 오지로 던져졌다.

 

그곳은 천주교와 무슬림이 대립되는 그런 아주 어려운 곳 중의 하나였다. 건기가 되면 물이 없어 샤워는커녕 식수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고, 웬만하면 바닷가에 나가 수영을 하고 염분을 수건으로 대충 털어내고 살아야하는 그런 곳이었다. 물기가 없는 땅이니 당연히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열대 지방의 그 흔한 빠나나도 제대로 없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래도 공소엘 가면 어떻게 구했는지 쌀, 닭, 달걀, 게, 파파야....... 많은 것들이 봉헌 물로 올라온다. 제대 앞에 죽 봉헌을 하면 개들이 와서 흠흠하고 냄새를 알아채고는 떠나질 않는다. 그 바람에 개들도 함께 미사에 참여한다.

 

물론 아이들도 그곳에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는 현실, 우리 먹을 만큼 차에 싣고 나머질 다시 나눠주는 것이 나의 일, 참 걱정이 태산 같았으나, 그것도 몇 칠하고 나니 요령이 생겨, 제일 마른 녀석들부터 나눠주게 됨은 주님의 뜻인가 보다.

 

이런 일을 하던 중, 일다운 일이 모처럼 주문으로 들어왔다. 이 시골에서 중고등부 학생들 피정을 시키라는 것이다.



피정! 처음엔 언어가 문제가 되어, 내가 어떻게 영어나 비사야어로, 그것도 간단한 것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피정을 지도, 히 하고 웃으니, 필리핀 수사님 왈! 너는 할 수 있어, 넌 배짱이 있잖아! 그걸 못 알아듣자, 지 배를 내 보이며 퉁퉁 내치며 배짱이라는 것이다. 깔깔 웃는 사이에 그래 그럼 하는 거야하며 통과 되었다는 것이다.

 

참 우습다. 그래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를 했다. 그것도 딱 1시간만이야 하고 약속을 받은 상태, 결전의 시간은 다가왔고, 떨리는 맘으로 아이들 앞에 서니, 역시 똥배짱이 발동되더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고 말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일단은 성공인가보다 하며 주님께 감사. 쉬는 시간 십 분을 주고 떠나려 하는데 아이들이 이상하게 더 있어달라는 것이다. 아냐, 수사님과 한 시간의 계약이 끝났다 해도, 웃기지 말라는 표정들이다.


10분은 지났고, 수사님은 안 보이고, 아이들은 내 얼굴만 쳐다보고, 도망갈 수도 없고, 그 똥배짱도 일단은 기가 죽어 한숨 쉬며, 차가들어 오길 눈이 빠져라 정문을 보고 있는데 5분이 초과해도 수산지 뭔지는 나타나질 않으니, 정말 오기가 발동하더니, 두 배 쌘 똥배짱이 밀어 올라오면서 하는 말, 그럼 당신께서 날 책임지셔유 하면서,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하니 또 안 되란 법도 없는 듯, 마치 무당이 널 뛰 듯 춤춰가며 시간 반을 보내니 온 몸이 땀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왜 그리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지, 그 맛에 피정은 성공리에 마감을 하고, 한숨 돌리며 돌아만 와봐라, 요놈의 수사님 하며 여유가 생김은 참 그분의 은총이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식사를 하러 가는데, 지프차가 아닌 다른 차를 타고 온 수사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뻔뻔스럽게 잘 끝났다며 하는 것이 사돈 남 말하듯 한다.

 

그래 그냥 웃고 넘어가니 역시 넌 똥배짱이야 하며 또 배를 내 보인다. 한국말로 그만해라하니 웃낀다 웃겨하며 또 좋아해 하는 것 아닌가. 그래 식당이 웃음바다가 되며 주교님도 재미있어 하는 걸 보니, 성공이야 하며 천주께 감사를 노래했다.

 

참 이상하고 야릇한 피정도 다 있네 하며 민나다오 이필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역시 주님은 오묘하신 분이야 이런 분을 어찌 안 따를 수 있담.......

 

                      

                                                             <예수회 홈 페이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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