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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8 조회수519 추천수6 반대(0) 신고
우리 규빈이가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작성자   지요하(jiyoha)  쪽지 번  호   103441
작성일   2006-08-18 오후 6:35:14 조회수   201 추천수   11

 

           우리 규빈이가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올해 아홉 살로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규빈이가 지난 15일 드디어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예수님의 살과 피, '성체'를 자기 몸 안에 받아 모시는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는 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조금은 의젓하게, 그러면서도 좀 더 공손한 마음으로 성체를 영(領)하게 되겠지요.

규빈이는 예수 그리스도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는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날인 지난 사순절의 '성목요일'(4월 13일)에 올해의 첫영성체 대상자로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부활 대축일'을 지낸 다음 토요일부터 '첫영성체 교리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어린이 미사'를 지내는데, 1시간 전인 오후 2시에 성당에 가서 1시간씩 작은 수녀님에게서 교리를 배우곤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쯤 지난 뒤부터는 주일에도 오전 10시에 성당에 가서 교리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넉 달 동안이나 공부를 한 끝에 첫영성체를 한 것입니다.

아기 시절 엄마와 함께 미사를 지낼 때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체에 '욕심'을 낸 아이였습니다. 할머니 엄마 모두 성체를 받아 입에 넣는데, 자기에게는 그것을 주지 않으니까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칭얼대기도 했지요. 자리에 앉은 엄마에게 달라붙어 두 손으로 엄마의 입을 벌리려고 애쓰고 "나두! 나두!"하며 떼를 쓰기도 했지요. 그 모습이 내 눈에 선합니다.


▲ 엄마가 없는 규빈이는 친언니와 다름없는 사촌언니와 함께 입장을 했다.  
ⓒ 지요하

그러던 녀석이 언제부턴가 그것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어느 정도 자라는 것뿐만 아니라 교리를 배워서 '자격'을 얻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천주교에서는 유아세례를 받은 어린이는 열 살 전후에 첫영성체를 하게 됩니다. 하느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게 하고, '성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서 성체에 대한 믿음을 지니게 합니다. 그런 다음 생애 첫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게 하고, 특별하고도 성대한 예식을 갖추어 첫영성체를 하게 하지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아이들이 생애 첫 고해성사를 경험하고, 생애 최초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니(철이 들기 시작하는 열 살 전후에 그 일을 하니) 아이들에게는 그 일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규빈이는 넉 달 동안 열심히 교리공부를 했습니다. '주님의 기도'부터 '봉헌의 기도'까지 12가지 기본 기도문은 물론이고, 십계명과 삼종 기도,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 식사 전·후 기도까지 모두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와 관련하는 성서 구절들(요한 20, 22-23 등)과 성체성사에 관한 성서 구절들(요한 6, 53-56/1 고린 10, 16-17 등)을 외우지는 못했어도 노트에 한두 번씩 옮겨 적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착실히 교리공부를 한 덕에 규빈이는 수녀님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첫영성체 교리를 담당하시는 작은 수녀님은 우리 가족을 보실 때마다 규빈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요.

규빈이는 8월 14일 오후 생애 첫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아홉 살 어린아이가 고해소에서 고백할 죄가 뭐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아이는 뭔가 착실히 고백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아이에게 뭘 고백했느냐고 슬며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그건 비밀이에요. 고백의 비밀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한 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 모두 한바탕 웃었지요.


▲ 교중미사의 보편기도 시간에 제대 곁에서 기도를 하는 규빈이.  
ⓒ 지요하

드디어 8월 15일, 가톨릭 교회의 4대 축일의 하나인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았습니다. 우리 본당은 아직 축성식은 하지 않았지만 새로 지은 대성당에서 대축일 교중미사를 지냈습니다. 이 날의 교중미사에는 21명 예비자의 세례식과 26명 어린이의 첫영성체 예식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첫영성체 예식은 대개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에 갖습니다. 우리 본당도 지난해까지는 성체성혈 대축일에 어린이 첫영성체 예식을 했습니다. 올해의 성체성혈 대축일은 지난 6월 18일(주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린이들에게 좀 더 충실히 교리를 가르치고 준비를 잘하게 하기 위해 '주님 만찬 성목요일'에 등록을 받아 무려 넉 달 동안이나 공부를 시킨 거지요.

첫영성체를 하는 26명의 어린이는 예쁜 옷을 입고 화관을 쓰고 엄마와 함께 입장을 했습니다. 엄마가 없는 규빈이에게 친언니나 다름없는 대학생 사촌언니가 엄마 노릇을 해주었습니다. 모두 엄마와 함께 입장을 하는 가운데서 유독 엄마가 아닌 사촌언니와 나란히 서서 입장을 하면서도 규빈이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습니다.

미사를 지내는 동안 규빈이는 내내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보편기도 시간에는 26명의 어린이를 대표하여 제대 곁에서 마이크에 대고 또렷한 소리로 기도를 했습니다. 규빈이가 집에서 정성껏 지어온 기도문, 첫영성체를 하는 날 제대 옆에서 하느님께 바친 기도를 소개해 봅니다.

"저희에게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 저희는 오늘 처음으로 예수님의 살을 받아 모시는 첫영성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에게 예수님의 살로 생명의 빵을 주시는 예수님께 감사드려요. 또 저희에게 성체성사를 가르쳐주신 수녀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저와 함께 첫 영성체를 하게 된 모든 친구들에게도 축하해요.

저희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는 하느님. 저희가 첫영성체를 한 다음부터는 예수님의 살을 받아 모시는 아이들답게 더욱 착하고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 주셔요."

이윽고 영성체 시간. 먼저 첫영성체를 하는 어린이들부터 성체가 주어졌습니다. 첫영성체 어린이들과 영세자들에게는 특별히 '양형 성체'가 주어졌습니다. 양형 성체란 밀떡으로 된 성체에 포도주로 된 성혈을 묻혀 주는 것을 말합니다. 성체는 왼손으로 받아서 오른손으로 입에 넣지만, 양형 성체 경우에는 성체에 성혈이 묻었으므로 직접 입으로 받아 영하게 되지요.


▲ 드디어 생애 최초로 예수님의 ‘성체’를 영하는 순간.  
ⓒ 지요하

규빈이는 성혈이 묻은 성체를 입 안에 넣고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습니다. 혀를 잘못 움직이면 성체가 입천장에 붙는 수가 있으므로 조심을 해야 합니다. 성체를 혀 위에 놓고 잠시 가만히 있으면 침에 의해 성체가 녹아서 목안으로 삼키기가 쉽게 되지요.

아홉 살 어린아이라도 난생처음 성체를 모시는 느낌이 유별한지 규빈이는 진지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카메라가 있는 큰엄마는 성가대 석을 떠나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미사가 끝난 후에 신부님은 제대 앞에 선 다음 우선 첫영성체를 한 어린이들을 모두 제대 앞으로 나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분 수녀님을 아이들의 양옆에 서시게 하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하나, 둘, 하고 사진을 찍을 때 신부님이 갑자기 큰소리로 하하하! 웃으시니 아이들도 덩달아 함빡 웃음을 지었습니다.


▲ 미사 후 모든 신자들의 축하 박수를 받는 시간에는 노래도 하고...  
ⓒ 지요하

신부님은 준비를 한 몇 명 아이들에게 노래도 시키셨는데, 나는 우리 규빈이가 노래를 할 때는 불현듯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제수씨 생각이 나더군요. 제수씨가 살아 있다면 딸아이의 첫영성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저렇게 예쁘게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흐뭇해할까 생각하니 갑자기 목울대가 아리는 것 같더군요.

기념 촬영까지 마친 후 아이들은 모두 옷을 갈아입고 교육관에 마련된 축하연 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26개의 촛불이 켜진 축하 케이크를 신부님과 가장 멀리에서 사는 두 아이가 함께 자른 다음, 신부님은 26명의 아이에게 일일이 선물을 주셨습니다.

규빈이는 신부님의 선물을 받은 다음에는 대모님을 비롯한 여러 엄마에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대개는 엄마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첫영성체 어린이들의 자모가 아닌 엄마들도 세 분이나 와서 규빈이에게 축하를 해주고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규빈이는 26명의 첫영성체 어린이들 중에서 가장 선물을 많이 받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 축하연 자리에서 신부님으로부터 첫영성체 축하 선물도 받고...  
ⓒ 지요하

축하연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규빈이에게 첫영성체 소감을 물었습니다. 아홉 살 어린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규빈이는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첫영성체를 할 때 엄마 생각이 나지 않았느냐고…. 그랬더니 녀석이 "아뇨"라고 대답하더군요.

왠지 조금은 실망스럽고 섭섭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녀석은 평소에도 엄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엄마 생각을 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는 건지 모른다 싶어 은근슬쩍 떠보기도 했지만, 녀석은 정말 엄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사실은 내게 두 가지 마음을 갖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섭섭해지는 마음….

녀석은 아직 철부지입니다. 밥을 잘 먹지 않으려 하고 편식을 해서 식사 때마다 할머니와 큰엄마가 애를 먹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해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방에 아무도 없으면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누워 자기 일쑤고,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는 걸 싫어해서 녀석이 학원이나 놀이터를 가고 올 때마다 할머니가 엘리베이터 배웅과 마중을 하니 할머니의 노고가 더욱 커진 셈입니다.


▲ 미사 후 축하연이 베풀어지는 장소에서 가족이 함께.  
ⓒ 지요하

엄마 없는 아이라고 가족들이 모두 저를 위해주니 어린양도 늘어서 방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할머니께 갖다 달라는 것도 많지요. 첫영성체 축하 선물들 중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다고 투덜댈 정도이니, 철부지를 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녀석이 큰집에서도 저희 집에서처럼 굴며 구김살 없이 자라주는 것이 고맙긴 하지만, 방학 숙제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컴퓨터와 텔레비전 만화영화에 너무 장시간 몰두하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예전에 내 아이들에게 한 것처럼 야단을 치기도 하는데, 그것을 어머니가 어찌 생각하실지, 그쪽으로도 신경이 쓰이곤 하지요.

어쨌거나 규빈이는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미사 때마다 어른들처럼 영성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체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이 녀석의 몸과 마음에 더욱 잘 스며들게 되기를 바랍니다.

소유욕과 독점욕이 강해서 오빠와도 무엇 하나 나누는 것을 싫어하는 녀석이 앞으로 예수님의 성체를 자주 접하면서, 예수님의 성체와 미사의 성찬은 바로 '나눔'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첫영성체를 한 규빈이에게 무엇보다도 그것을 바라고 또 기대합니다. 큰아빠의 이런 기대가 (이 기록이) 녀석에게 하나의 의미 있는 '선물'이 되기를 바라며….  


 2006-08-18 17:1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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