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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골룸바의 일기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7 조회수387 추천수1 반대(0) 신고

언젠가 해질무렵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날따라 붉게 노을진 하늘이 요란스러울 만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유난히 붉은 노을진 하늘을 좋아하기도 하였지만,
그날따라 제 마음은 온통 감격에 겨웠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딸아, 나의 딸아, 내 사랑하는 나의 딸아.
 사람의 탄생은 아침해가 떠오르듯 짧고 찬란하다.
 하지만 사람의 끝은 오늘 이 노을과 같아야 한단다."

그리고 서쪽하늘 끝으로 고개를 감추는 태양의 붉은빛이,
온세상을 가득 덮어, 해가 뜨는 동쪽 하늘까지도 붉게 물들인 관경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고요하였으며 찬찬하였습니다.

"나의 딸아, 해가 저무는 것을 아쉬워 말고, 두려워 하지도 말아라.
 지는 해는, 아침해가 뜨듯 찬란하지도 않고, 한낮의 태양처럼 강렬하지도 않지만,
 제빛을 내며, 저가 서 있는 곳은 물론이고, 제 반대편까지도 붉게 물들이지 않느냐.
 너도 꼭 그런 사람이 되어다오.
 언젠가 너라는 태양이 이 세상에서 저물어야 할 그때가 오면,
 너만의 아름다운 빛을 네 주변은 물론이고,
 네가 서 있는 너의 반대편까지도 그 빛으로 물들여 다오."

골룸바라는 태양이 이 세상에서 저물어야 할 그때를 생각하니,
아쉬워 말고, 두려워 말라 미리 말씀하신 그분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찌 아쉽지 않고, 두렵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요...' 제가 속삭였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다시 말씀 하셨습니다.

"나의 딸아, 오늘의 저 태양이 저무는 것은,
 새로운 땅에서의 찬란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함이란다."

정말 그랬습니다. 오늘 이곳에서의 일몰은 이 반대편 어딘가의 일출을 위함이였습니다.
내 하느님 왕국에서의 새로운 일출을 위해,
이 세상에서의 일몰은 당연한 것 이었다는 것을,
저는 바보같이, 그제서야 이해하였던 것 입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둘러보니,
그 태양이 저물며 물들여놓은 또다른 세상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늘과 구름이 온통 붉고, 바다 마저도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며 줄지어 서 있는 차창문까지도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날의 태양은 그렇게 오랫동안 이 세상에 머물며,
제 빛을 나누며 천천히 저물어갔습니다.
그리고 또 저 반대세상 어딘가에서 새롭게 떠올랐겠지요.
마치,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의 왕국으로 들어가듯 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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