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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스듬히 마주친 그의 눈.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9 조회수629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마르 3,13-19)



  누구와 함께 지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따로 지내다 한 집에서 같이 살다 보면 별 사소한 것 가지고도 틈이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남녀 결혼을 예를 들면 처음에는 한시라도 떨어져서는 죽고 못 살 것 같다가도 얼마가 지난 후에는 별 게 다 거슬립니다. 소리 내고 음식을 씹는다던지, 치약을 나는 밑에서부터 짜는데 그는 위에서부터 짠다던지, 씻는 것 싫어한다던지,  아무 대화도 안 하고 그저 밥 달라고만 한다던지, 심지어 코 후비는 것 등등 사소한 것이 눈에 띠기 시작합니다. 누구든지 썩 좋지 못한 습관을 한둘쯤은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의견 충돌이라도 나면 그간 쌓였던 불평불만이 봇물 터지듯 폭발하게 됩니다.

  부자지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투로부터 시작해서 예의범절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옛 스승들이 제자들과 함께 지내며 교육을 하였다는 것을 압니다. 불교 선사들도 공동생활을 하였으며 공자도 일부 제자들과는 숙식을 같이 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다 마찬가지이셨습니다.


  그런데 스승 예수는 조금 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다른 스승들은 주로 찾아  오는 제자를 받아들이셨으나, 그분은 제자들을 먼저 부르셨습니다. 그것도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입니다. 직업도 다양합니다. 인종마저도 이방인이었다가 유대교로 개종한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자’도 있었습니다. 그 출신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 우둔한 사람, 성급한 사람 등등 심지어 배반자까지 끼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보통 인간들이 다 섞여 있는 것입니다. 각종 인간들의 대표라고나 할까요.


  그들은 그저 보통사람들이었고, 우둔했으나 순수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두 사도단의 구성을 보면 예수님께서 얼마나 그들의 성격을 꿰뚫어 보셨는지 나타납니다. 복음서를 살펴보면 그들은 네 명씩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여 집니다. 첫 번째 ‘베드로조’는 시몬 베드로, 요한,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아입니다. 두 번째 ‘필립보조’는 토마, 바르톨로메오, 마태오입니다. 세 번째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조’는 열혈당원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타태오), 이스카리옷 유다 등 네 명입니다. 그리고 파견여행 때는 2인1조로 움직였습니다.

  각조의 구성인물들을 살펴보면 솔직하고 과단성 있는 베드로와 심사숙고형인 요한이 어울려 다녔습니다. 신중하나 계산이 빠른 필립보와 순진한 나타나엘이 한조였습니다. 의심 많은 토마와 확신에 찬 마태오가 또 한조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저 사도들을 어떤 율법이나 가르치고 인생의 진리를 알려 주신 것이 아닙니다. 늘 함께 먹고 마셨으며 같은 잠자리에서 주무셨습니다. 그랬기에 제자들은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그 험한 여행도 같이 다녔습니다. 굶기도 여러 번 했고, 풍랑과 굳은 날씨에도 노숙을 했을 것입니다. 생명의 위협을 받아 쫓겨 다니기도 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스승 예수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보여 주셨습니다. 다른 스승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어느 성인의 전기에도 이렇게 다 드러내 주신 분이 없습니다. 그러니 열두 제자들은 예수님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 보여 주셨지만 함부로 인간이 다가갈 수 없는 분이셨습니다. 어쩔 수 없는 차이가 골처럼 나있었습니다. 그분은 그냥 죄 많은 인간이 아니셨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셨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부르시고 계십니다.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 십자가 위에 높이 매달려 고개를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기울이신 채 저희와 눈 마주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양 손 벌려 맞으시고 어서 오라고 기도하고 계십니다.


 

 

 

<비스듬히 마주친 그의 눈>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 못하는 눈을 지니고 있다

가만히 눈 맞추어 보면

그의 생각이 언뜻 지나친다


더 두려운 건

잠시 뒤 내 생각마저 그의 눈에 어린다는 것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 마저

그의 눈에 새겨진다


그러니 눈길을 피하는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 걱정하는 것이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감추고 싶어 하는 수줍음이다


그냥 빤히 바라다보는 사람은 오히려

두렵지 않다

그런 눈은 나를 관찰할 뿐이다

아픈 사랑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없다

나도 그냥저냥 허공에 날리면 된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비스듬히 마주친 그의 눈에서

나는 비밀을 읽었다

저 높은 곳 십자나무에 매달려

오른편으로 고개 떨구고 서서

나를 기다리며 부르고 있었다고


얼핏 스쳐 지나는 그 눈빛 부여잡으려

꿈속에서도  허우적대었지


그런데 여전히 거기서 팔 벌리고

비스듬히 비켜주시며

간절한 눈빛으로 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 알기까지

침묵하셨던 것은 무슨 까닭이었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감추고 싶어 하는 수줍음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그 맑은 눈동자에

새삼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받아 주소서 하고 읊조릴 수밖엔 없다


이젠 고백하련다

사랑합니다. 라고,

 



 

Show Me  the way where I be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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