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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7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1-6 묵상/ "손을 뻗어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7 조회수661 추천수4 반대(0) 신고

"손을 뻗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마르 3,1-­6)

◆수녀원 성소담당 소임을 할 때 한 성소자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 집에는 결혼한 지 몇 달 만에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큰어머니가 계셨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는 순간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온몸이 오그라붙은 큰어머니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어서지도 눕지도 못한 채 굳어버린 몸으로 살고 있었다.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과 헤어졌고,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몇 개월 만에 재가 되어 돌아왔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렇게 주저앉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남편 몫까지 살 각오로 다시 일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넋이 나간 채 평생을 자기 안에만 갇혀 지내는 슬픈 모습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내내 발자국마다 슬픔이 찍혔다.

 

예수님의 사랑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신 말씀처럼 ‘내’가 아니고 ‘너’다. 그분은 안식일에 병을 고치면 고발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셨다. 예수님은 병신 취급을 받으며 사람들의 뒤편에서 곁눈질로 살았던 그 사람의 처지를 보시고 당신 사랑을 주신 것이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식물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줄기도 약해 자칫 건드렸다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도 삶이 밝지 못하고 남의 그늘에 있으면 약간의 어려움에도 좌절하고 넘어지며 마음까지 오그라붙어 바른 삶을 살 수가 없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도 역시 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오그라붙어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를 사람들 앞으로 불러내어 이제는 그만 그늘에 숨고 밝고 따뜻한 곳으로 나와 당당히 살도록 모든 사람들 앞에서 공적으로 인정해 주신 것이다. “손을 뻗어라.” 우리의 오그라든 마음을 뻗고 비뚤어진 심보를 바르게 펴고, 남을 판단하는 시선을 사랑으로 바꾸라는 말씀이 아닐까?
예수께서는 세상의 온갖 악으로 굳어버린 인간을 향하여, 또한 자기 속에 달팽이마냥 들어가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자신의 손을 밖으로 뻗어라’고 하시며 가진 것을 나누고 몸과 마음을 이웃을 향해 활짝 열어두도록 하신다.

문화순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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