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강론] 빵을 훔친 노인에 대한 판결ㅣ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6 조회수672 추천수8 반대(0) 신고

              

 

 

                   빵을 훔친 노인에 대한 판결

 

                             

   어떤 사람이, 아니 한 어린이가 너무 배가 고파서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습니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으니까 단순히 살기 위해서 물건을 훔쳐 먹은 것입니다. 이 경우 죄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저는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 최소한의 선택, 결정을 한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에는 아이의 선택과 결정이 도둑질이라는 그릇된 모습으로 드러난 잘못된 선택과 결정이지만, 아이에게는 도둑질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한 행동입니다.


   그 어린이가 도둑질한 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 어린이를 도둑질하게 가만히 놔둔 우리 모두가 더 큰 잘못을 한 것이요,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아이는 자신이 행할 수 있고,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최소한의 행동은 사회적 규범이나, 법보다도 우선 되어야 하고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실제 이와 똑같은 예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라과디아 판사는 빵을 훔치다가 체포되어 기소된 노인을 재판하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빵을 훔치게 되었냐고 엄하게 묻습니다. 그 노인은 울먹이면서 ‘제가 며칠간 굶어서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이웃 빵집에 가서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가서 빵을 훔쳐 먹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은 ‘당신의 죄는 10불의 벌금형에 해당합니다.’ 라고 판결을 했습니다. 그런데, 라과디아 판사는 자기 지갑을 꺼내 열더니 10불을 내놓으면서 ‘제가 10불의 벌금을 대신 내겠습니다. 이처럼 배고픈 사람이 뉴욕의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도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 죄로 이 벌금을 제가 내겠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남의 빵을 훔쳐 먹게 된 것은 이 사람 때문이 아니라 제 탓입니다. 저는 잘 먹고, 잘 입고, 잘사는 판사로서 이 사람들의 형편을 살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방청석을 바라보며 ‘저와 같은 죄인과 더불어 벌금을 내실 분이 계시면 내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한 후 자기 모자를 벗어 돌렸더니 그 자리에서 47불이 모금되어 그 돈을 노인에게 주어 재판정을 자유로이 떠나게 했습니다.


   복음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사이를 지나가다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잘라 먹자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합니다.


   “보십시오. 저들이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다윗 왕이 성전 제단에서 취한 행동을 말해 줍니다. 그러고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렇습니다.

   복음의 제자들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가 고파서 쓰러질 지경인지… 바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절박한 입장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자들의 행동은 이차적인 의미입니다. 일차적인 의미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는 안식일에 관한… 곧, 사람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사회적 규범, 규칙들은 사람을 위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생긴 것이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람이 기본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 사람을 억압하고 속박하기 위한 규범, 규칙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규범과 규칙을 무시한 사람의 무절제한 자유만을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중심이기에, 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 사회의 많은 규범과 규칙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올바른 공동선을 지향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더 큰 기쁨과 행복, 자유를 주기 위해 있어야 하는 규범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규범이 사람의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고귀함과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최소한의 선택, 결정이라면 잘못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오늘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묵상해 봅니다. 아멘.


               ▒  제주교구 중앙 성당 이찬홍 야고보 신부

 

                 
                           주님을 찬미하라

                          첨부이미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