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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미안해, 그레이엄 벨!< 23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6 조회수710 추천수10 반대(0) 신고

                               

 

                     미안해, 그레이엄 벨!

                             

   전화벨이 울려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을 때 꼬부랑 영어소리가 들린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할 것이다, 마치 뜨거운 감자인 듯 수화기를 옆 사람에게 넘기고, 또 넘기고…. 그날도 그렇게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단지 그 수화기를 더 이상 넘겨줄 데가 없는. 최후의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예스’라고 두 번 대답하고 나니 ‘탱 큐’하고 끊는 게 아닌가.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별일(?)없이 통화가 끝났다는 사실에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온통 영어판인 미국에 와서는 이 ‘예스’도 통하지 않았다. 어느 수녀님을 만나야 할 일이 있어 공중전화기에 대고 서툰 영어로 말을 건 냈다. 누군가 받고는 ‘그 수녀는 여기 없다“고 답변했다. 어디 나갔는 지. 아니면 그곳에 살고 있지 않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잘 알았다는 뜻으로 ’예스”하고 수화기를 놓으려는데, 상대편에서 “노!” 하고 다시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래서 다시 “예스” 하며 응수 했는데 그쪽에서는 나의 오해(?)를 바로 잡아주려고 다짐이라도 한 듯 거듭해서 “노”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예스’와 ‘노’의 치열한 핑퐁게임이었다.


   그러다 내 쪽에서 먼저 백기를 들고 끊고 말았지만 끊고 나서야 비로소 기본적인 영어 문법이 생각났다. 부정문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은 역시 ‘노’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탱 큐”라는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 쉽게 끝날 통화를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했던 그 멋진(?) 전화 통화 실력은 어딜 갔는지 원. 다행이 공중전화 박스 주변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 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소옹 배어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공중전화에 대한 우스운 추억거리가 하나 생각난다. 언젠가, 함께 일하던 어느 수녀님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부인에게 그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게 있어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바로 그 남편이 직접 받을 게 뭐람. 그 바람에 놀란 수녀님은 황급히 전화를 끊고 내게 달려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오는 것이 아닌가. 상대방이 급한 것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급해지는 게 내 장점이자 취약점인 바!


   내 딴에는 머리를 급회전시켜 얻어낸 해답이자 조언은, “그럼, 얼른 밖에 나가 공중전화로 다시 걸어봐”였다. 그 수녀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전화기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받나? 그 옛날, 전화를 처음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들었으면 거품 물고 넘어갈 일이다.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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