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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변화는 단절과 아픔과 기쁨을 함께 가져온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4 조회수630 추천수5 반대(0) 신고

 

<변화는 단절과 아픔과 기쁨을 함께 가져온다.>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물독에 물을 채워라.”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요한 2,1-12)


  요한복음서는 때의 책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획에 의해 무르익어가는 꼭 합당한 의미를 지니는 때를 말합니다. 여기에 쓰인 그리스어 단어는 “hora”입니다. 모두 18차례나 쓰였습니다. 신약 성경에서 33회 쓰인 중에 요한계 문헌에만 22회나 쓰였으니 요한 저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때”는 변화의 때, 옛 것이 사라지고 새 것이 오는 때입니다. 예를 들면 누에가 고치를 깨고 나오고,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때입니다. 임신부가 아이를 순산하는 때입니다. 또 사흘째 되는 날의 의미도 변화의 날이란 뜻입니다.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는 때입니다. 우연히 이루어지는 짧은 순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도가 실린 때를 뜻합니다.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요한 복음서를 두 책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그 두 번째 책을 “때의 책”이라고 부르는데 13장 1절에서 시작합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이 내용에서 ‘hora’ 의 적절한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일과 관련된 변화가 이루어지는 때입니다.

  요한저자는 예수께서 보이시는 첫 표징을 이렇게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삼았습니다. 물에서 포도주로, 구약의 시대에서 신약의 시대로 변화하는 때입니다. 변화는 계속 이어지면서도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 말의 뉘앙스가 무척 어색하게 들리지만, 요한저자는 예수의 어머니를 구약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예수의 어머니를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의롭게 사신 구약 인물들의 대표로 삼은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 아들이 자라난 유대교 신앙과 역사, 전통을 대변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서 구약과 단절되는 아픔을 예수님께 부여한 것입니다.

  왜 예수님께서 “여인이여, 당신이 저와 무슨?” 하고 알쏭달쏭하게 말씀하셨는지 항상 묵상거리가 됩니다. 일부 개신교 학자들은 이 대목을 들어 성모님에 대한 공경을 폄훼하려 듭니다. 그러니만큼 이 대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 모든 사람을 다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람 속에 들어 있는 것까지 알고 계셨다.” (요한 2,24.25)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새로운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을 위해 구약과 자신을 단절시켜야 했습니다. 구약의 어머니와 단절되는 아픔을 직접 겪으셔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아시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시기 위해 스스로 아픔을 택한 것입니다.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새 생명의 탄생을 기쁘게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무 거리낌 없이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하여 신약의 예수님을 받아드리는 일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믿음을 가득담은 이 말 한마디에 예수님은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고 그“때”가 싹트게 된 것입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 대목은 요한저자가 얼마나 상징을 잘 이용하는지 알게 합니다. 혼인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발걸음입니다. 남녀가 서로의 사랑 안에서 성장하는 일입니다. 혼인을 통해 육과 영의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이기심이 무너지고 사랑이 완성됩니다. 아래와 위의 결합, 땅과 하늘의 결혼을 상징합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준비 부족, 열등함을 나타냅니다. 빈 물동이 여섯 개는 완전수 일곱에서 ‘단 하나가 모자라는 수’입니다. 거기에 생수를 ‘가득’ 채워 넣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잔치에 꼭 ‘필요’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포도주로 변화 됩니다. 또 물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상징합니다. 구약의 물동이에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담을 때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첫’ 이라는 단어 arche는 여러 가지 의미가 복합되어 있습니다. 맨 처음, 본이 되는, 전체를 통괄하는 규칙의 뜻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뜻을 다 아울러 생각하면 의미가 풍부해집니다. 이 카나의 첫 표징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가운데 제자들을 믿음으로 이끌어 주었고, 제자들의 믿음을 지키는 본이 되었고, 원칙이 되었습니다.


<혼인예찬>


모든 사랑이 네 살 같지 않아보여도

거문고의 살은 제 소리로 화음내고

해와 달은 여전히 거리 둔 채 말없이 지구를 밝혀준다.

하늘로 난 철길은

침목에 고정된 채 언제나 사이를 띠우고,

마주 바라보며 저 곳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함께 포도주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었다.

축복받은 날, 서로 그리워하자.

너와 나 사이엔

저 한 분 큰 사랑의 원천을 놓아

사랑의 파도가 춤추게 하자.



주님께서 축성하여 맺어주시는 선물.

성사로 완성된 사랑은

이기심이 퇴장하고 온전한 사랑을 향해,

나의 영혼이 정결하게 가꾸어진 몸을 통해,

땅의 사건이 하늘의 일을 향해,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게 걸어가는 길.

 

너무 거룩하다 하여

부여잡고 머뭇거리지 말자.

빛바랜 훈장이라도

한쪽 벽면에 걸어두고 기뻐하는 네 핏줄

그의 맑은 웃음을 떠올려 보라.

너에게 아르케의 위력을 새겨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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