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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22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4 조회수713 추천수5 반대(0) 신고

                         

 

                   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부쩍 자란 아들을 데리고 말가리다 씨 가족이 미사에 참례했다. 이제 겨우 세 살인 아들은 맹인인 엄마의 안내자 노릇을 곧잘 한다고 했다.

   말가리다 씨의 아들을 처음 만났던 작년 초여름.


   “이름이 뭐지 ?”

   “강효석 안토니오예요.”

    옆에서 아이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수녀님이 이름을 지어 주셨으면서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아참! 그렇군. 그 이름 참 잘 지었구먼.…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신부님 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 요.”

   “그래? 신부님이 되려면 보통 아이들 하고는 좀 달라야 하는데….”


   그 후로 이 아이는 집에서 장난을 치면서 정신없이 놀다가도 “엄마, 수녀님이 보통 아이하고는 달라야 한다고 그랬지?” 하고는 장난을 멈춘다고 했다.


   말가리다 씨는 여고시절 한약을 먹은 게 잘못되어 실명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맹학교를 다녔고 물리치료원을 내어 노모를 모시고 살던 중, 한국 천주교 창립 2백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루어진 개안시술로 그나마 20년간은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마흔이 넘어 척추장애인과 혼인한 후 과로로 시력이 나빠질 때마다 안타까워하며 걱정하는 나를 보고, “괜찮아요, 수녀님. 평생을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십년간이나 볼 수 있게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저 축복 많이 받았어요. 커서 신부가 된다는 아들까지 얻었으니까요. 핏덩이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는 어떻게 키울까 하고 눈물밖에 안 나왔는데 벌써 다 키웠잖아요. 또 저는 맹인선교회에도 자주 나가는데 컴퓨터도 배워서 언젠가는 자서전도 쓰고 싶어요.”


   우리는 그날 성모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는 게 취미란다. 아무리 찍어도 사진 한 장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내 몫까지 두고두고 보려는 심산인가 보다.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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