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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쓸데없이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3 조회수703 추천수4 반대(0) 신고

 

<한 사람이라도 쓸데없이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위하여>


그 뒤에 길을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마르 2,13-17)



  매년 새해 설날이 되면 인터넷이나 각종 여성지에 토정비결이 별책 부록으로 실립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반, 기대 반인 심정으로 펼쳐보게 됩니다. 그런데 거의가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들이 더 기웃거리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눈 앞에 벌어지는 이런 어려움이 언제나 풀릴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미래가 궁금하기 때문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토정비결과 같은 역서의 근본정신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굳이 책을 들쳐보지 않아도 미리 인생의 근심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점괘에 풀어진 그 글들을 읽다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좋은 것에는 항상 겸손을 요구하며, 어려운 고통이 올라치면 곧바로 희망을 주는 글귀가 따라 나옵니다. 고난을 잘 견뎌내면 극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토정 이지함 선생(1517-1578)이 지었다고 알려진 토정비결은 그 실제 저자가 누구이건 간에 곤란에 빠진 백성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서 지어진 것입니다. 토정은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쳐 유명한 화담 서경덕의 제자였으며 실학을 배우고 실천한 분입니다. 토정이 살았던 시절은 사화가 끊이지 않고 생겨났으며, 경제적 궁핍으로 유민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임꺽정과 같은 의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대였습니다.


  그의 장인인 이 정랑이 역모로 잡혀가자 연좌제로 인해 신분이 평민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하게 되었고 어부노릇과 염전을 일구며 살았습니다. 박을 다량으로 심어 바가지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경제 활동을 통해서 탁상공론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에 매달려 백성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큰돈을 번 그는 빈민구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는 학문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역학, 이학, 지리, 천문에 능통했습니다.

  그가 53세 때 역모가 바로잡혀 신분이 복권되고, 57세에는 탁행지사(卓行之士·학문과 행실이 탁월한 선비)로 뽑혀 과거를 통하지 않고 현감에 임명되었습니다. 아산 현감 시절에는 걸인청을 만들어 걸인들을 돌보았습니다. 그저 수용만 한 것이 아니라, 새끼 꼬고 가마 짜는 기술을 익히도록 하여 자립할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는 마포 나루 근처 토굴에서 살면서 찾아오는 빈민들을 보살폈는데 자립의지가 있는 자들에게는 물질로 지원하였고, 병약한 자들은 함께 기거하도록 하여 보살폈습니다. 그 어려운 시대에 천민들과 가깝게 지내며 긍휼을 실천한 분이셨습니다. 이처럼 그의 삶은 존경하고 본 받아야할 점이 많았습니다.


  토정비결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 지어졌습니다. 어두운 날들이 있으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하였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여 미리미리 준비하고 정성으로 살아 갈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일설에는 토정비결이 너무 잘 맞아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30%쯤 틀리게 적어 놓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부정확하다는 말도 됩니다. 그러니 그 점서의 내용을 믿기보다 그 흐르는 정신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천주교 교우들 중에는 새해나 입시철이 되면 점치러 가시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찾아 간다면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유혹에 빠져 주님을 배반하게 되면 죄를 짓는 것입니다.


  선현들은 우주에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신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들은 그 신비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주역은 우주가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하려고 설정한 이론체계입니다. 두 개의 상대적 힘(2)이 서로 섞여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주역은 복희씨가 天地人 삼재의 도를 형상하여 八卦(2x2x2=8)를 그리고, 8x8=64괘를 정했습니다. 주나라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작성하고(64x6=384개의 효사가 있음), 공자가 게사 등, 십익을 지어 보충하였습니다. 공자가 주역을 완성한 것입니다.  

  이 주역은 단순히 점서가 아니라 우주원리를 살펴 인간의 삶에 대입하려는 사상적 체계입니다. 우주의 신비를 조금이나마 엿보아 성심으로 우주원리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의지가 실려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길흉화복을 따지기보다 인간의 도리가 무엇인지 밝혀 보려는 데 그 근본정신이 있습니다.


  이 근본정신을 지켜 인간의 삶을 열어 준다면 그 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함)하는 정신을 지켜야 합니다. 다만 제 공명과 제 능력을 앞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 노력도 없이 바라기만 하고 사술이나 부려서 제 이익이나 찾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것에 감사하고 찬양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혹 그런 것이 궁금하다면 냉정한 시각을 지닌 채 근본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왜 교우들이 점을 보는 데로 빠지나하고 연민을 지니고 접근해야 합니다. 나약한 인간이 지니는 속성을 알고 더 이상 유혹에 넘어지지 않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저 죄라고 윽박지르기보다 거기서 벗어나와 주님께 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 내에서도 동양고전에 대한 연구가 서강대학교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논어에 대한 이해와 주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증가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Happy New Year' - ABBA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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