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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의 용서가 가르쳐주었습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2 조회수699 추천수5 반대(0) 신고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신 영으로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마르 2,1-12)




<당신의 용서가 가르쳐주었습니다.>


제가 당신 사랑하는 것 아무도 몰래

저 혼자 키우기에 더 행복하였습니다.

당신이 지나가는 길목에 덫처럼 지키고 서서

아가리 벌리고 내 가슴엔 붉은 피 한 방울

미끼로 맺히게 하였습니다.


당신이 바쁘게 지나가신 날은

하루 종일 아무 흔적 남지 않은 외통수 길에서

얼른 날 저물기를 바랐으며,

어느 날 발걸음 멈추시고  제게 눈길 돌리셨을 땐

시간도 따라서 멈추기를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제가 당신을 그리워하게 된 것

당신의 깨끗한 얼굴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당신을 못 잊어하고 기다리게 된 것이

당신의 꼿꼿한 몸가짐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의 헛헛한 마음씨 때문이 아닙니다.


어느 날 당신을 에워싸고 쳐다보는 눈망울들,

한 결 같이 사랑에 겨운 모습으로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그 모든 눈망울들을 다 받아내고도 여전히

빈 공간 남아있음을 알아채는  순간,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큰 바다는 내리는 비를 모두 담아도 여전히 넉넉합니다.

바다 같은 당신의 여유로움은 제 사랑을 키웠습니다.

당신의 걸음걸이와 동작은 제 시간마저도 더디 가게 만듭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시면 입을 다무셨는데도 

분명 제게는 어떤 말이 들립니다.


처음에는 당신께서 말 걸어온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미소 띤 입을 본 순간 그것은

깊은 파도 소리에 몰려오는 공명일 뿐이었습니다.

제 배속에서 시작되는 울림이 분명히 들렸습니다.

아! 저이와 함께 걸을 수만 있다면.......


중요한 것일수록 말이 없다는 격언이

당신에게 무척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빈 공간에 가득 차오는 저 떨림은

당신이 가까이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 다 안다! 말씀하시는 듯하여 저는 설레었습니다.


남들은 저를 거리의 여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당신을 만나고 나서는 더 이상 아닙니다.

그 낙인이 고삐 되어 옭죄지도, 걸려들지도 않습니다.

먼발치에서 당신이 하시는 일들을 지켜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저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당신과 저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도

더 이상은 거리낌이 되지 않습니다.

제게는 저 중풍병자와 같이 눈물겨운 친구도 없습니다.

저를 사람으로 취급해주신 것도 당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압니다. 용서 받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 일인지.


겉으로 들어난 죄 뿐만 아니라

속으로 문드러진 죄마저 깨끗해졌다는 이 느낌을

어찌 한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 중풍병자가 닻처럼 옭아매었던 자신의 과거를

이제는 스스로 모두 걸머지고 걷게 된 기쁨이겠죠.


저도 그도 더 이상 옛 그림자에 가위눌려

숨도 크게 쉬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매 순간 이루어지는 선택이 하나의 포기를 통해서라는 것을,

내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주님을 만나는 길이라고,

당신의 용서가 가르쳐주었습니다.


누구나 용서받아야할 것이 있으며

그 용서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했으나

이제는 너와 나 모두가 따라할 수 있으며

용서하는 것이 용서 받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라는 것을

당신의 용서가 가르쳐주었습니다.



Nana Mouskouri-Pardonne Moi (저를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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