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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4주일] 태중 아기로 만난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이기양 신부님)
작성자전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3 조회수750 추천수3 반대(0) 신고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늘 외우고 있는 묵주기도 중 환희의 신비 2단의 주제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이 성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시는 내용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때는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말씀을 들은 후,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이후입니다.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루카1,39-40)
   복음에서는 마치 옆 동네를 방문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성모님이 계시던 나자렛에서 산악 지방 아인카림까지는 130Km가 넘는 대단히 먼 거리였습니다. 서둘러 걸어가도 3~4일이 걸리는 곳이었으며 더군다나 산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었지요.

   그런데 소녀 마리아는 왜 이 험한 길을 서둘러 걸어가서 엘리사벳을 찾아간 것일까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열 서너 살의 나이에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되리라는 사건에 접한 마리아에게 어찌 갈등이 없었겠습니까? 그런 일이 정말 자신에게 일어날 것인지, 천사의 예고가 사실인지, 장차 일어날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인간적인 갈등과 두려움이 대단히 컸을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있어서 이런 인간적인 갈등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기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아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는 이렇게 인간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가1,34)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는 구체적인 표징을 들어 설명합니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다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1,36-37)
   이 말을 들은 마리아가 대답하지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이렇게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마리아가 바로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사촌 엘리사벳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표징을 확인하고도 싶고, 또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만이 느끼는 그 특별한 기운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아직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를 보자마자 이렇게 큰 소리로 찬미하지요.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1,42-45)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된 이라고 확신에 차서 외치는 엘리사벳의 반응을 접한 마리아는 감격에 겨워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가를 바칩니다. 이것이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바치는, ‘까떼나’로 알려진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오늘 복음은 단지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여인은 모두 인간적으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성모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상태였고 엘리사벳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임에도 임신 중이었습니다. 두 여인은 하느님의 천사를 통하여 아이를 갖게 될 것을 예고 받습니다.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서 임신하게 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두 여인의 임신은 구원자와 구원자의 길을 준비하는 하느님 사랑의 결실입니다.
   오늘 이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히 임신한 두 여인의 만남처럼 보여 지지만 사실 더 극적인 것은 태중에 있는 두 아기의 만남입니다. 구원자이신 아기 예수님과 그 길을 준비하는 세례자 요한의 첫 번째 만남인 것이지요. 성경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을 때 엘리사벳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루카1,44)다고 태중의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만남을 알려주면서 예수님의 성탄이 인류를 구원하실 위대한 메시아의 탄생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이제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실 메시아가 오실 것이고 우리는 기쁨과 평화의 성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실 아기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격은 역시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자신의 전 존재를 내어놓을 때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히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내 자신의 믿음을 점검해볼 시점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성모님은 정녕 복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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