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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도대체 나는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 . .[박병기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2 조회수841 추천수7 반대(0) 신고

 

 

 

 

주님!  너무하십니다...

 

사제 생활 30년 가까이 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거창한 소명 속에,

주님께 자랑으로 내놓을 만한 뚜렷한 일 하나 없이...

 

부족함 투성이요,

아쉬움의 범벅 속에 나이만 먹었구나 생각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내 나름대로 정직한 마음으로,

때로는 정신없이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불행과 고통 속에 버려진 주님의 가난한 형제들을 돕는다고

구걸도 하러 다니며 허리가 빠개지도록 노동도 했지만...

 

시련의 다윗 성왕의 노래 처럼

[그들은 내가 넘어지자 오히려 깔깔대며 모여들어 비웃고 조롱하며

 네 한 짓을 우리가 보았다 하며 고소해 합니다] (시편 35, 15-21)는 격이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받으러 온 환자가 고통과 실의 속에

거듭 '죽고만 싶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뒤에 기다리는 다른 많은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분 속에 대충 건성으로,

으레 하는 소리려니 생각하며 사죄경을 읊어주고 내보냈는데...

 

이튿날... 면도칼로 동맥을 끊고 죽어버렸다!

25세의 꽃다운 처녀가 얼마나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기에

그토록 끔직한 행위를 할 수 있었을까?

 

불우시설의 원장이란 직책 속에

과연 나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모른단 말인가!

 

평소에 강조하여 말한 나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찬 소리였던가.
모두와 전체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며,

한 사람에게 진정한 애정으로 돌봐 주어야만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는 소리는

공염불이었다는 결론이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산소통에 매달려 헐떡이는 한 형제에게

산소만 먹고는 살지 못하니 무엇이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청했다.

튀긴 닭 다리를 뜯었으면 좋겠다기에...

어려운 청도 아니어서 즉시 튀긴 닭 한마리를 구입해서

그 중에 가장 먹기 좋은 다리를 손에 쥐어 주고 산소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얼마후  소란스러워져 다시 그 자리에 가 보았더니...

그는 닭 다리를 손에 들고 앉은 채 죽어 있었다.

 

'주님!.. 도대체 나는 무엇하는 사람입니까?

 정말 산소 공급이 아깝고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취한 어리석은 나의 행위였습니까?

 내가 사랑하고자 노력하고 애쓰는 정성에

 왜 찬물을 끼얹어버립니까?'

 

[야훼여,  성난 김에 내 죄를 캐지 마소서.

 화나신다고 벌하지는 마소서.

 이 몸에 화살을 쏘아 붙이시니,

 당신 손이 이다지도 짓누르시니,

 죄를 지은 이 몸은 살 속까지  당신의 진노 앞에 성한 데가 없사옵니다.

 정녕 내 잘못은 내 머리 훨씬 위에 있어 무거운 짐처럼 모질게 억누릅니다]

 (시편 38, 1-4)

 

' 주님!  진정 너무하십니다.

  2년 동안 내 정성껏 돌봐 주고 사랑했던 마리아는 끝내

  헐떡이는 고통 속에 숨결을 막으시고...

  제가 좋아히는 사람들 다 데려가셨으니,

  이제 다른 이들에게는 그만 화를 거두시고 고통과 죽음은 저에게 주소서.

  당신을 닮고자 하는 사제의 길에

  힐책과 훼방만 하시지 마시고 힘과 지혜와 평화를 주소서.

  세상이 이기심과 자만심에 충혈된 눈으로 변해도

  이곳 나의 요양원에는 진정한 사랑의 따스한 눈길로 바꾸어 주소서...,'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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