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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침 묵상] 행복과 불행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1 조회수808 추천수10 반대(0) 신고

                           

 

                                        행복과 불행


   복음에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알려줍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성모님은 여러 감정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갑작스런 천사의 방문에 두려웠을 것입니다. 천사와의 대화는 좀 황당하고 놀라웠을 것입니다. “네” 라는 응답 속에 마음 깊이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려는 비장함도 함께 담겨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여러 감정 속에는... 자신에게 닥쳐올 불행에 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담긴 응답이기에 성모님의 응답은 그만큼 의미 있고, 소중한 응답입니다. 삶을 뛰어넘어 버리는... 삶과 무관한 응답이 아니라, 삶 안에서 극복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응답입니다.


   강론을 준비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만을 하고픈 우리들입니다. 자신에게 해가되는 것은, 손해를 알겨줄 것 같은 것은 버리고, 도움이 되는 것을...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려는 우리들입니다. 곧, 행복은 간절히 원하지만, 불행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자신에게서 멀리 떠나 버렸으면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우리가 잘못되었거나, 얌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생각과 마음이 솔직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행복과 불행이란 예화가 있습니다.


   장미 빛 꿈을 안고 한 청년이 ‘행복’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첫날 밤 신혼부부의 방에 어느 낯선 여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남자가 소리칩니다.


   ‘당신은 뉘신데 남의 방에 들어 왔소?’

   “저는 ‘불행’이라는 여자입니다. ‘

    ‘행복’이라는 여자와는 한 몸이라서

     일생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닙니다.”


      남자가 말합니다.

    ‘잔소리 말고 빨리 나가시오.’

      그러자 그 여자가 조용히 대답합니다.

    ‘제가 이방을 나간다면

    “행복”이라는 여자도 함께 나가야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행복은 늘 불행과 함께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얻은 행복, 기쁨이 그냥 얻어진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통과 아픔, 불행을 이겨낸 결과요, 그 결실로서 누리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도움과 이익이 되는 것을 원하면서도, 우리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멀리하지 않습니다. 좀 빌빌거릴 수 있고, 좀 주춤거린다 하더라도, 내키지 않는 마음에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행을 받아 안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받아들인 고통과 불행 안에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늘 불행과 함께 한다는 것을 그렇게 잘 알고 있고, 또 믿으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 불행과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기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불행과 고통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늘 행복과 기쁨만을 누리려는 욕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욕구와 마음은 우리의 나약함과 욕망에서 비롯되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우리 삶이 알다가도 모를 신비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성모님은 늘 “네” 라는 응답, 순종 속에서 삶의 신비에서 다가오는 많은 유혹들을 이겨냈습니다. 불행과 고통을 포기하고 행복만은 누리려는 욕망을 극복했습니다. 그러기에 복된 여인이라 칭송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도 신비입니다.

   내 마음, 내 생각, 내 다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삶의 유혹과 욕망을 이겨내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애를 써 보아도... 한평생 끙끙댄다고 해도 이겨내기가 불가능한 욕망이요, 유혹입니다.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불행과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마음에 앞서,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지금 이 순간 당신께서 세상에서 하시는 모든 일에, 지금 당신께서 천국에서 하시는 모든 일에, 지금 당신께서 제 안에서 하시는 모든 일에 있어 제가 언제나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응답만 드리게 하소서.” 라는 기도를 자주 드리며 생활했으면 합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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