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무덤 속의 고해성사 . . . . . . . [김영진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0 조회수945 추천수9 반대(0) 신고

 

 

 

 

 

 

군종신부로 일하던 시절,

성탄 판공성사를 주기 위해 성체를 가슴에 모시고

최전방 철책을 밤새 헉헉거리며 오르내리다 보면...

이것이 신부의 사명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밤중에 산길을 대 여섯 시간씩 헤맸지만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하는 사람은 고작 열 명 내외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내 자신을 기쁘고 뿌듯하게  만드는지...

 

(어쩌면 그 병사는 신부가 주는 껌 한통에 더 큰 기쁨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탄광 신부]로 부임하여 사 오십여 차례 갱 속을 드나들었지만,

갱 속에서 고해성사를 본 사람은 겨우 두 사람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탄광 신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크토록 크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이야.

 

아직 앳된 젊은 신부요,

활활 끌어오르는 정열과 자존심이 살아 있어 때론...

보이지 않는 곳,

알아 주지 않는 곳,

교육과 문화의 빈민굴인 탄광촌에서 손과 발이 되어 줄 일꾼이 없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지만,

나의 존재를 느끼게 해 준 그 광부의 말을 기억할 때는

웬지 으스대고 싶어진다.

 

안내자의 소개로 악수를 하고 기도와 대화를 나눈 후

돌아서는 나를 붙잡고 어떤 광부가 고해성사를 청했을 때,

당연히 사제가 해야 할 일이고 해 오던 일이건만

생전 처음 듣는 소리처럼 당황했다.

 

나로 하여금 그 기억을 잊지 못하게 한 그 고해자의 첫마디였다.

 

"신부님, 무덤 속에서 고해성사를 보는 마음입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눈동자와 이빨만이 하얗게 보이는 그이 모습을,

머리에는 탄가루들이 쏟아지고 있는 그 깊은 채탄 막장에 묻혀

탄가루에 범벅이 된 그의 손과 곡괭이를 꽉 잡고,

 

나는 "오! 하느님, 여기에도 계시는군요!"

 

수없이 속으로 외쳐댔다.

그곳을 무덤이라 부르는 사람이 어디 이 한 사람뿐이랴?

 

내가 죽으면 나의 뼛가루를 갱 속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하고 싶도록,

내가 탄광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탄광 사제]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일깨워 준

그 거룩한 삶의 고백자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도 어느 갱 속에선가 땀을 흘리며 심한 노동에 지쳐있을 그 사람.

외로운 갱 속에서 탄 더미에 묻혀 죽어가는 동료들을 수없이 보아 온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아직도 하느님이 살아 계셔서 위로를 주시니

더욱 잊지 못할 것이다.

 

때때로 통회 없는 마음으로 고해성사에 임하는 사람의 고백을 들으면서,

또한 나 자신의 고해를 더욱 순수하게 바치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그가 한 표현대로 무덤 속의 고해성사를 자주 생각해 본다.

 

 

 

   *** 그대여! 그대의 일터가 곧 그대의 무덤이 될지 모른다면,

       그대는 그곳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가 있겠는가? ***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