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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알려주는 쪽에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01 조회수381 추천수1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5. 죽음의 순간,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하자 알려주는 쪽에서

알려주는 쪽, 즉 의사 입장에서 암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 해 앞서 '선잠 이론' 을 소개해 준 K선생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 니다. 내 연구실로 환자의 부인과 아들, 그리고 동생이 찾아왔습니다. 남편은 동네 병원에서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정밀 검사를 받았 습니다. 그런데 위와 간에서 암이 발견되었고, 이미 말기라는 판정 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 다시 입원하여 검사를 받아보 았지만 판정 통보도 받지 못한 사이에 병세가 점점 나빠져 본인은 초조해졌습니다. "내 몸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어" 하고 본인은 화를 냈지만, 병원 에서는 병명도 상태도 전혀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 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가족들이 상의를 하러 온 것입니다. "이 병원은 평판이 좋은 병원이니까 꼭 입원시켜 주세요" 하고 요청하므로 "예,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어떤 치료를 받고 싶으신 가요?" 하고 묻자, "예? 치료 방법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하고 놀라는 거였어요. 처음부터 부인과 아들은 본인에게 병명을 알리지 말 것을 고집 했습니다. 얘기하는 동안 동생만이 내 말에 가끔 반응을 보였습니 다. 직계 가족과 달리 아직 여유가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환자는 75세인데, 아들은 50세로서 옆에서 보기에도 거만한 자 세로 듣고 있었습니다.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면서 한두 마디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그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나요? 그에 따라 치료 방법이 크게 달라 집니다. 하고 말하자, 부인은 "이 병원에서도 처음부터 검사를 받 아야 하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받고 싶으면 받고, 받고 싶지 않으면 받지 않는 방법 을 생각해 보자는 거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지금 이 방은 완화 케어를 담당하는 호스피스 병동 외래 진료실입니다. 여기에 오셨다는 것은 호스피스 치료를 받으러 오 신 거 아닌가요? 옆방은 일반 외과 방입니다. 일반 외과라면 무조 건 검사를 해야 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이니까 어떤 식으로 하고 싶 으냐고 묻고, 그 다음에 절차를 결정하려는 것입니다" 하고 덧붙였 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데 1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결국 보호자는 환자에게 병명을 말하지 않기를 희망했으므로 부 인에게 물었습니다. "부인께서 같은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주위 사람이 병명을 비밀 로 해서 자기만 모르는 상태라면? 그것이 바람직한가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묻자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사람은 성격이 약 해서 사실대로 말하면 못 견딜 거예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신가요? 바깥어른은 그렇게 약한 사람인가요?" 하고 묻자, "예? 아니 무슨 말씀을---" 하고 정색을 했습니다. "대부분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 데 지금까지 바깥어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본인은 꽁무니 를 빼고 종국에는 큰일이 벌어지고--- 그러면 그때 부인이 나서서 뒤치다꺼리를 하셨나요? 밤에 잘 때도 어쩔 줄 몰라하고 수면제를 잔뜩 먹지 않으면 잠자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요? 자, 그렇다면 본인에게 알려도 괜찮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말하지 않는다고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요?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제부터 설명 드리죠" 하고 말한 후, 알리지 않았을 때의 나쁜 점을 말했습니다. 암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의사는 병 실로 환자를 보러 가도 치료 경과와 예후에 대해 달리 할 말이 없 습니다. 그뿐 아니라 암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병실에서 가능 한 한 빨리 나와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꽉 차게 됩니다. 그렇다 면 정말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암이 아닌가요?' 하는 질문을 받을까 봐 얼른 그 자리에서 벗어나든가, 거짓말을 둘러대는 등 아무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일에 신경을 써 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중동에서는 또 큰 일이 벌어졌군요. 그리고 어제는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하고 세 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든지, 자기 신변 얘기를 하든지 하여 좌우간 암 쪽으로는 화제가 흐르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정말 듣고 싶어하는 것은 자신이 현재 어떤 병으 로 어떤 상태에 있고 이제부터 어떻게 될 것인지, 그런 것이 아닐 까요? 만일 그런 정보를 듣지 못하면 환자는 무척 곤혹스러울 것 입니다. 누구에게서도 자신의 병명과 상태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그래도 환자가 큰마음 먹고 부인에게 "여보, 나 어떻게 되는 거 야?" 하고 물었을 때, "당신 괜찮대요. 마음 든든히 먹고 계시면 된대요" 라는 말만 듣는다면 더이상 물을 수 없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괴로움을 말할 수 없습니다. 이때 가장 괴로운 것은 환자입니다. 그런데도 부인은 환자에게 끝까지 말하지 않고 잘 숨겼다고 스 스로 대견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환자는 알려 달라고 하고 가 족은 알리지 말라고 할 때, 의사로서는 가족 편을 드는 것이 편합 니다. 환자는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날 것이므로 뒷말을 들을 위험이 없습니다. 환자 편을 들어 사실대로 말해 버리면, 그후 의사에게 끝까지 불평을 터뜨린다든지 원한을 품는 가족이 있습니다. 정말로 애처롭게 말 못할 고통을 받는 것은 저 세상으로 떠나는 환자 자신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환자가 아는 경우가 있습니 다. 예를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M씨는 계속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도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하여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딸은 말하는 것 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에게 물어보니 말하지 말라고 했습 니다. 한편 M씨는 입원 중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병도 나아지는 조짐이 없어 더이상 병원에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 때부터 단골로 다니던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배반당했다는 느 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이 우리 병원으로 상의하러 왔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다하여 말씀드리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이 미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가족이 감추고 있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것 처럼 가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환자가 가족을 배려하고 있다고 나 할까요. 딸이 "제가 꼭 직접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협력해 주세요" 하고 부탁하기에, 나는 그 부친이 입원 중인 병원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후 딸이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이미 알고 있었다" 고 합니 다. 그래서 딸은 안심했다고 하네요. 또 내가 계속 진료해 온 가족이 있었는데, 그 집 며느리의 친청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본인에게는 위궤양이라고 말 했는데 사실은 위암이었습니다. 위의 출구가 막혀서 정맥을 통해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환자가 최근 우리 병원으 로 옮겨왔습니다. 부인도 매우 병약하여 알리지 말아야 했는데, 의 사가 멋대로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병명을 알렸다고 딸은 화를 냈 습니다. 아버지를 우리 병원에 입원시킨 후 딸은, "환자에게는 물론 어머 니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고 모든 것을 저에게만 말해 주세요" 하고 부탁하고 돌아갔습니다. 나는 정말 누구에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 했습니다. 그래서 딸이 왔을 때, '본인에게 알렸을 때와 안 알렸을 때' 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에 대해 끈기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결과 '알리지 않으면 서로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불신감 만 더하게 된다. 그러니까 알리기로 한다' 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알린다고 해도 아무 때나 알리는 것이 아닙니다. 수술을 받은 직 후 몹시 아파할 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도 약간 먹을 수 있게 되고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숨김없이 다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 60퍼센트 정도만 알리면 됩니다. "내가--- 그러니까 암인가요?" 하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때 엉겹결에 혹은 의도적으로 "아니요, 암이 아닙니다" 하고 사실 을 숨기면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사실대로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침착하게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합니 다. 그 점이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 게 되었을 때 서서히 알리는 것입니다. 의료진이 '필요할 때는 언 제든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만으로도 환자는 안심하게 됩니다. 묻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물을 수 있고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 다. 환자 쪽에서 먼저 "이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제대로 알려주세 요" 하고 단호하게 묻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의사 쪽에서 먼저 환자의 형편을 살펴 "이제 좀 어떠신가요? 검사 결과도 나왔으니 까 설명해 드릴까요?" 하고 접근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바로 알려드리지 요" 하는 개방적인 자세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그 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말씀드리지 않았을 뿐입 니다" 라는 웃지 못할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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