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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땜쟁이 신부의 깨달음 . . . . . . . [권이복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8 조회수804 추천수9 반대(0) 신고

 

 

 

 

 

 

[땜쟁이 신부]란

교구청에서 근무하는 신부를 부르는 말이다.

 

왜냐하면 본당신부 유고시,

그 본당의 미사 땜질이 업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본당 신부님들로서는 한 번의 부탁이겠지만

어디 본당이 하나 둘인가..

어떤 경우엔 두 세 군데의 본당이 비어 있어 정신을 못차리게 한다.

 

낮선 본당의 미사,

인간적 만남의 기쁨이 없는 미사 때문인지 서먹서먹하기가 이를 데 없다.

특히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내 모습은 초라하게까지 느껴진다.

 

신부는 신부인데 모르는 신부인지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고...

엉거주춤하다가 슬그머니(?) 물러서는 교우들을 보고 있느라면...

나도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이젠

아예 교우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아니면 빨리 교구청으로 돌아와 버린다.

 

지난 주에도 아침 9시 미사를 마치자마자 성당을 빠져나와

바로 곁에 있는 고등학교 교정을 산책하며

다음 미사의 강론을 점검하고 있었다.

...

......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는 교정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순간 어떤 고독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항상 많은 사람 앞에 서있던 나...   그러나 나는 혼자로구나!'

 

이런 생각에...

갑자기 맥이 탁 풀리고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축처진 어깨를 하고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은 채 한참을 걷다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침 햇살이 얼굴을 정통으로 때린다.

그리고 초겨울을 싸늘한 바람이 뺨을 치고 사라진다.

길 옆 나무의 휘청거림이 강한 몸부림으로 눈앞을 가린다.

 

이 때,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니......,

 네가 어떻게 혼자일 수 있느냐?

 넌 지금

 찬란한 햇살,

 차가운 바람,

 몸부림치는 나무,

 구르는 돌맹이  속에 서 있는 것이다.

 즉, 하느님 안에 네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힘으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다시 본 것이다.

 

나는 기뻤다.

 

그 날  다음 미사는

항상 나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의 제사로 봉헌하였다.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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