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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언제 꿈을 제대로 꾸었던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8 조회수592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마태 1,18-24)




<언제 꿈을 제대로 꾸었던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두 만드신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꿈은 당신께 오라고 열어놓으신 창문.

눈 감아야만 보이는 또 다른 세계를 어디 가서 찾으랴.


지금은 기억 저편에 묻혀두고 까맣게 잊고 지내지만

고어에서 한때 여러 개였던 영이라는 단어마저

한 개면  충분하다며 군식구 덜어내듯 없애버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말씀마저 하늘에서 훔쳐 내버렸다.


우멍하게 늘어진 테이프 돌려가며

지워진 기억 다시 회복해 보려 하다가

입가에 맴맴 돈다고 투정부리며 제 머리카락만 쥐어뜯었다.


우리가 잊은 것은 하느님께서 정보를 설명하시기보다

나와 말을 나누고 친분을 맺고자 모르스 신호 보내신다는 것.

그 겸손한 신호를 알아듣기까지는

고양이처럼 제 몸 더 바닥에 낮추고

어둠 속에 제 검은 눈동자 움직이었어야 했다.


왜 꿈에서만 보여주시는지 가르쳐주신 분은

언제나 깊은 밤 홀로, 아빠와 대화 나누러

저 멀찍이 산으로 광야로 나가신 외아들님 아니시던가.

한 번에 한 사람씩 어루만져 주시는 그분의 손길을

기다린다면 너이라서 건너뛰지 않으신다 하셨다.


혹시라도 알아들으면 귀찮을까 일부러 귀 닫은 우리이기에

주님과 연락되는 마지막 끄나풀인 꿈마저 지우고 살았다.

그러고는 제 꿈엔 오시지 않는다고 볼멘 표정 지었다.


사람이 왜 꼭 잠을 자야 하냐고 투정한 적 있었지.

겨울잠 자는 곰이나 뱀처럼 한 철 견디기 위해서,

하루의 벅찬 노동에 지친 육신이 쉬기를 원해서,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과 체온을 나누라고 해서인지 물었지.


비록 새우잠을 자더라도 꿈은 고래 꿈꾸라고 하는 말,

꿈은 꼭 이루어지니 많이 오래 꿀수록 좋다는 말,

꿈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버리지 않는다면,

꿈을 품어라 꿈이 없는 자는 생명이 없는 인형일 뿐이다.

이 모든 좋은 말이 어째 모두 외국어처럼 생소한지,


“꿈 풀이는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저에게 말씀해 보십시오.” (창세 40,8)라고 꿈쟁이 요셉 말처럼

나를 들어주고 하소연 할 데 없어 꿈꾸기 마저 잊고 살았다.


그런데 네가 꿈속에서 나타나던 날 비로소

나도 드디어 꿈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잠든 곳이 어디든 그곳이 너와 연결되는 자리라는 것

이부자리 젖을 정도로 식은 땀 흘린 후에 나오는 신음이

고통인지 쾌락인지 분간이 안 되었지만 소름이 돋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와 싸울 용기가 생겼다.

어둠 속으로 꺼져 수렁처럼 빠져드는 곳에서 네가 던져준 로프는

그것이 뱀의 상징으로 똬리 틀었어도 한 줄기 희망이었다.

야곱이 베델과 야뽁 건널목에서 땀 흘려가며 가위 눌렸지만

평생 봉창다리 절뚝이면서도 십일조 바치겠다고 약조한 것을

나는 너에게 나를 던져 주겠다고 결심하며 이해하였다.


빙산의 칠 부가 물에 담겨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감추어진 것에 삶의 의미가 더 담겨 있기에

나는 강장주사 맞은 사람처럼 지금 희죽 희죽 웃는다.


너를 통해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듣고자 갈망하는 우리보다 더 큰 열망으로

당신은 말씀하시기 원하셨다는 것.

당신 속내 알아주길 수 억 갑을 기다리셨다는 것.

그러니 고맙고 고맙다. 너, 너, 너.


 

 

성모님께 바치는 노래 / 송정호 루도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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