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익명의 자선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최금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7 조회수609 추천수6 반대(0) 신고

    ◈ 익명의 자선 ◈ 자선주일이 돌아오면 기억나는 한 자선모임이 있습니다. 이 모임의 특징은 그럴 듯한 명칭도 정기 모임도 회장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따뜻한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는 모임입니다. 이 자선모임에 가입한 구성원들은 물론 넉넉한 분들이 아닙니다. 새벽시장을 운영하는 시장상인들이지요.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두 명의 당번은 잠시 일손을 놓고 신속한 동작으로 시장을 한바퀴 돕니다. 다들 환한 얼굴로 기쁘게 내어놓습니다. 트럭 위에는 팔다 남은 것이 아니라 A급의 따뜻한 정성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득 채운 트럭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내달립니다. 가장 어려운 이웃들을 향해. 참으로 생각만 해도 흐뭇한 정경입니다. 남들이 다 잠든 꼭두새벽부터 치열하게 부대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새벽시장, 그 한가운데서 이루어지는 훈훈한 사랑의 나눔이 극단적 개인주의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분들이 몇 년째 활동을 계속해오면서 불문율처럼 지켜오고 있는 세 가지 원칙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그 첫 번째가 익명의 자선입니다. 모든 활동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직 남들이 잠들어 있는 꼭두새벽에 배달을 나갑니다. 그리고 몰래 문 앞에 가져다 놓고 얼른 돌아서지요. 두 번째 원칙은 활동 대상으로 가장 어려운 시설이나 개인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원칙은 팔다 남은 물건이 아니라 가장 싱싱한 물건, 가장 품질 좋은 물건을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착한 마음씨의 소유자들이지요. 그분들 마음 씀씀이는 진정 하늘에 닿을 만 합니다. 자선 중에 가장 으뜸가는 자선은 익명의 자선입니다. 남보란 듯이 떠벌리는 자선이 아니라 끝끝내 자신의 이름을 숨기는 자선, 할 일을 다 했으면 미련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자선, 끝까지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자선, 그것만큼 아름다운 자선은 다시 또 없습니다. 대림 제3주일이자 자선주일인 오늘 세례자 요한은 군중을 향해 회개의 결실로 '나눔을 통한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속옷 두벌을 가진 사람은 한 벌을 없는 사람에게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이 나누어 먹어햐 한다." 우리가 눈을 뜨면 외치는 것이 이웃 사랑 실천입니다. 아침기도 때마다, 미사 때마다, 강론 때마다 선포되는 말씀의 핵심 역시 이웃 사랑 실천입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가 선포하는 사랑이란 단어는 많은 경우 혀끝에서만 맴돌다 사라지지요. '사랑'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많은 표현을 빌려 묘사할 수 있겠지만 간단히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울이는 정성'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사랑'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해 내뻗는 따뜻한 손길'이리라 저는 믿습니다. 우리 삶이란 잡지에 소개되는 고급 인테리어처럼, 감동 깊은 영화의 어느 장면처럼 단정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삶은 때론 얼마나 불공평하고 섬뜩한 것인지 모릅니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너무도 큰 십자가 앞에 할 말조차 잃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너무도 깊은 슬픔에 잠겨 밥숟가락 들 힘조차 없는 분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깊은 상처로 눈물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다가서는 의인의 모습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모습은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다가가 그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봉사자의 모습입니다. 오늘 자선주일을 맞아 이 한 가지 진리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 입고 떠나게 될 수의의 특징은 호주머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알몸으로 이 세상에 온 우리는 결국 알몸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게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간 후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남게 될 것은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아닙니다. 목숨 걸고 사들인 빌딩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게 될 것은 우리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건넸던 사심없는 마음입니다. 따뜻한 한번의 손길입니다. 임종 중에 있는 병자들을 한번 찾아갔던 일, 사회복지시설을 한번 방문했던 일, 갇힌 이들을 찾아갔던 일입니다. ◎오늘의 묵상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이에게 나누어 주어라."(루카 3,11) ▒ 아저씨, 신부님 맞아요?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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