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3주일] 스승님, 저희는 어찌 해야 합니까(이기양 신부님)
작성자전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6 조회수6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조용하던 요르단 강변이 날마다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는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을 듣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 10)하고 묻습니다.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베풀고 나서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 11)고 회개의 증거를 행실로 보일 것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난 현상이 발견됩니다. 오로지 돈과 힘만을 믿었던 세리와 군사들이 군중의 무리에 섞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재물과 권력으로 채울 수 없는 인간 실존의 불안 때문인지 그들 또한 요한을 찾습니다. 재산과 권력이 인간 내면의 공허를 달래주지 못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 12)하고 세리들과 군사들이 요한에게 묻습니다. 자신들의 죄를 의식해서인지 그들은 특별한 가르침을 청하지요. 요한은 세리들에게는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루카 3, 13)고 이르고, 군사들에게는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루카 3,14)라고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도 평범한 지침을 내립니다.

 요한은 스스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깊이 반성하며 찾아온 세리와 군사들에게 유혹이 많은 직업을 버리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곳에서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몰려든 사람들에게는 죄를 용서받기 위해 옷과 음식을 나누는 자선을 실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구체적으로 회개의 방법을 묻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요한의 처방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물은 타오르는 불을 끄고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 30)는 성경 말씀을 실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대림 제3주일인 오늘을 자선주일로 정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과 나눔의 삶을 권고합니다. 예수님 역시 굶주리고 헐벗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시며 3년의 공생활을 보내셨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고 자선이 모든 믿는 자들의 의무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야고보 사도 역시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 17)고 실천 신앙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돼지가 암소를 찾아와서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너는 고작 우유만 주는데도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고, 나는 목숨을 바쳐 고기를 주고 심지어 다리까지 아주 좋은 요리가 되어 주는데 사람들은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지?"

 암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글쎄, 아마 나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살아 있는 동안 해주고 너는 죽은 뒤에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습니다. 유다인 속담에 "건강할 때 자선하는 것은 금이요, 병이 났을 때 하는 것은 은이요, 죽은 뒤에 하는 것은 납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선은 돈 많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거나, 동정심이 많은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나중에 하겠다고 미뤄서는 더욱 안 되지요.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찾아야할 첫 번째 친구는 굶주리고 헐벗고 절망에 우는 사람들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오실 주님을 맞기 위한 회개의 세례를 외쳤고 새 마음을 회복한 이들에게 지금 바로 한 그릇의 음식과 한 벌의 옷을 나누라고 가르쳤습니다. 요한이 우리 시대에 다시 온다 하더라도 회개의 세례와 자선을 요구할 것입니다. 요한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 고통 받는 이들 안에 계신 주님을 만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