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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승리하는 신앙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4 조회수618 추천수4 반대(0) 신고

 

<승리하는 신앙>

                      류해욱 신부


  공산 루마니아에서 14년 간 감옥살이를 했던 리처드 범브란트라는 목사님이 있는데, 그분이 감옥에 있으면서 그를 매료하게 했던 힘 있고 기쁜 생각들을 모으고 거기에다 자유의 몸이 된 다음에 떠오른 몇 가지 생각들을 모아 '승리하는 신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번역하신 이현주 목사님은 "이 토막글들이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까닭은 뭐니 뭐니 해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끝내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그의 따스하고 깊고 막무가내 한 신앙 때문이리라"고 말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잡혀서 박해를 당하고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나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범브란트 목사님은 이 예수님의 말씀을 깊게 믿었던 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감옥에서, 어느 때는 햇빛은 물론 나무나 풀들을 바라볼 수도 없는 지하 10미터의 독방에서 책 한 권 없이 지내야 하기도 했답니다. 그런 중에서도 예수님의 생애에 있었던 사랑스런 토막 이야기들을 살려내면서 신앙과 평화와 기쁨을 지닐 수가 있었고 그것은 바로 그분의 도우심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범브란트 목사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 한 토막을 나누겠습니다.


  소년 다윗이 사울 왕의 시동으로 있을 때였답니다. 다윗은 시동이면서 궁중악사 노릇도 했지요.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이 왕에게 하프를 선물했는데 아름다운 하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그 하프를 켤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장식용으로 세워져 있었답니다. 누가 하프를 켜든지 아주 시끄러운 불협화음을 내기 때문이었지요. 어느 날 다윗이 그 하프를 보고 자기가 켜고 싶다고 하자, 왕이 말했지요.

  "다윗아, 그 하프는 아무도 켤 수가 없단다. 겉으로 볼 때는 멀쩡한데

    아주 이상한 소리만 내는 하프란다."

다윗은 그래도 자기가 한번 연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했고, 왕이 허락했을 때, 다윗은 아름다운 선율로 하프를 켰답니다. 왕이 놀라서 물었지요.

  "다윗아, 아무도 켤 수 없던 하프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음으로 연주할 수가 있었는가?"

그러자 다윗이 대답했답니다.

  "임금님, 저는 하프에게 속삭여 주었지요. 숲 속에서 싱그러운 나무로

  자랄 때 얼마나 기쁜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새들이 가지에서 노래를

  부르면 함께 춤추던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지요. 나무꾼이 와서

  가지를 자를 때 얼마나 아팠는지도 상기시켜 주면서 제가 그 아픈 마음

  을 어루만져 주었지요. 그렇지만 이제 아름다운 하프가 되어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이야기해 주었지요. 제 이야기를 들은

  하프는 이제 비로소 자기의 소리를 내게 된 것이랍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지요.

  범브란트 목사님 말씀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하프로 자기네의 노래를 연주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참으로 역겨운 모습의 그리스도교로 나타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참된 그리스도 교인들도 있어 그분의 노래를 연주하기도 할 것이라고, 그분의 영원한 기쁨의 노래, 사람의 아들이 되신 겸손의 노래, 그분의 슬픔의 노래, 그분의 부활의 노래를 연주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설프게 우리의 노래를 연주하느라 불협화음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이 "그때 어떻게 항변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 너희의 적수들이 아무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주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노래를 연주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분의 노래를 연주하면 된다고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서면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한마디로 말하면 겸손일 것입니다. 근본적인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에서 겸손이 왜 그렇게 중요합니까? 왜냐하면, 겸손은 실상 진실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겸손이라는 뜻의 영어의 humility, 또는 humble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라틴어 humus에서 왔는데, humus는 흙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겸손하다는 것은 우리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 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그분이 우리를 지으셨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눈에 소중한 존재들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우리 자신이 그리 대단한 존재들은 아닙니다.

  범브란트 목사님이 말하기를, 감옥에 갇히기 전만 해도 자기는 자신이 아주 중요하고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는 한창 성장하는 교회의 목사였고 책도 몇 권 저술했었답니다. WCC의 한 위원회에도 소속하여 활약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의 교회가 자기 없이는 제대로 일을 해나갈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14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그는 자기 없이도 교회가 크게 발전하였고 자기의 책보다 훨씬 더 훌륭한 저술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발견하였답니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겸손을 지니게 되면 중요한 존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우리의 이웃, 형제자매들을 통해 하느님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은 단지 비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실제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시선은 보다 영원한 것을 향합시다. 범브란트 목사님은 아주 상징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산 디에고 동물원에 갇혀 있는 알래스카의 새는 언제나 북쪽을 향하여 앉아 있답니다. 우리도 우리의 진짜 고향인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우리의 마음가짐을 추스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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