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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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어버린 양이 되고 싶던 날.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2 조회수97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잃어버린 양이 되고 싶던 날>


지난겨울 어느 날,

몇몇 동아리들 어울려 간 태안.

잃어버린 양이 되고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안방에 앉아서 찾아오는 그들 맞기엔 무언가

울꺽 솟아오르는 덩어리가 맺혔습니다.

이유 없이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추억이라는 향기가 주문을 걸었습니다.


겨울바다로 난 수로 가득

밀물 때 들어왔다 미처 빠지지 못하고

추위에 꽁꽁 언 얼음장이 켜켜 쌓여있었습니다.

물 빠지는 길이 좁으니 소금 바닷물도 얼더군요.


대책 없이 도망 나오듯 걸친 점퍼는

뚝방 길 찬 겨울바람을 뼈 속까지 불러들이고

아침녘에 얻어먹은 군고구마 두개

아리아리 속만 긁어 놓습니다.


덜덜 떨리는 살갗, 얼어오는 손마디는

단층처럼 포개어 부러진 소금 얼음장을 닮아 갑니다.

그래도 심장이 뛰고 배고파 오는 이 느낌이 좋습니다.

재촉하듯 짠 내음 밴 겨울 바다로 향하게 합니다.


내 뒤 붙잡는 민박 집 그려보지만

지금은 하얗게 덧칠하고 떠오르지 않습니다.

시간 보기 싫어 시계 안 찬  손목을 들여다 보는 대신

하늘 올려다 보니 해가 오른쪽 귀에서 왼쪽 귀로 옮겨 걸렸습니다.


철썩대는 파도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습니다.

저쪽 한켠에 다정한 연인 팔짱끼고 걷고,

한둘은 파도 따라 들락날락 깡총깡총, 돌멩이마저 던집니다.

나도 저런 적 있었지 하니 모처럼 입 꼬리 올라갑니다.

 

한두 번 힐끗 지나가던 떡 장수 할머니

입 심심한 듯 제 옆에 앉아 똬리 내려놓고

무심히 허벅지 털며 말 걸어옵니다.

겨울바다 보러 오셨어라?


모자 푹 눌러쓴께 나~는 몰르것꼬,

어째꼬롬 양손양팔 붕대 칭칭 감았어라?

내, 돈 달라 꼼 안 혈터니 이 떡 한개 묵어보쇼.

아~! 하쇼. 내 믹여줄기니.


따끈하니 입안에 들어와 번진 온기가

꽝꽝 언 입에서 사타구니까지 번진다.

아, 정말 이 맛이구나.

주름 패인 할미 얼굴 한번 만졌으면 좋으련만,


추운데 얼른 일라 집으로 가라 카는 할미.

그래 가자, 뒤 돌아 가자. 궁금해 하고 걱정 하는 곁으로,

하늘엔 마침 보름 달 떠갔고 이 길손 응원하는구나.

어데 다녀왔나 물으면 뭐라 대답하지?


저 멀리 컹컹대는 개소리

민박에 가까워지니 겸연쩍은 마음 오르긴 하는군.

미안한 마음에 눈길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니,

그래 이제 속 풀렸소? 한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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