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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머니의 10년 지성이 거둔 것 . . .[조광호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2 조회수1,244 추천수19 반대(0) 신고

 

 

 

 

 

 

허리가 북어등처럼 굽으신 팔순 노모는 창에 기대 선 채

버스가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손을 흔들고 계신다.

 

"그만하면 됐지. 뭘 또 더 배워야 하나,

 서양갔다 언제 오는데...

 네가 여기 있는 동안 천주님께 가려고 했는데...

 부디 몸 성히 잘 있다가 오너라."

 

애써 눈물을 감추시는 어머니,

오늘 이 만남이 어쩌면 살아 생전 마지막 상봉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차창으로 다시 돌아 보지만 이미 그분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팔십여 년 동안 모진 고생을 하시며 살아오신 나의 어머니...

 

지금은 문밖 출입을 못하시지만 하루 종일 성서를 읽으시고

아는 사람은 모조리 기억하며

따로따로 그에게 필요한 기도를 드리시고 계시는 어머니.

 

벌써 십여 년 전의 추운 겨울날 [십자가의 길]기도를 하시다가

성당 안에서 병자 성사를 받으셨으며,

서품을 갓 받고 휴가를 간 내 품에 안기어

또다시 병자 성사를 받으셨던 어머니.

오늘 내가 사제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그분의 믿음과 사랑 때문이다.

 

이십대의 신학생 시절,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한 끝에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나는 수도원에서 짐을 챙겼다.

 

그리고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 고향집으로 향했다.

이 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머니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수도원으로 떠난 후,

10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 참례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실 정도로

지성이셨던 그분께 어떻게 실망을 시켜드릴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알려 드려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나의 예상을 뒤엎고 말았다.

 

"그래, 내가 한 가지만 너에게 묻겠다.

 그렇다면 이제 천주님과도 멀리 사는 게냐?"

 

"아닙니다, 어머님. 그런건 아닙니다."

 

"그럼 됐다. 그럼 됐어!  너 좋을 대로 해야지."

 

그분은 내 손을 꼭 쥐어 주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도 그날밤은 한없이 울었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 순간만큼  사랑의 큰 힘을 느껴본 적이 없다!

노모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희디 흰 눈이 밤을 새워 내렸다.

 

그리고 그 이튿날 아침,

눈 내린 대관령을 넘어 나는 서울로 향했다.

그동안 불충했던 내 모든 생활을 참회하면서...

지금까지 용서하지 못했던 모든 이웃 사람을 용서하면서...

 

일 년이 지난 뒤, 나는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3년 후 서품을 앞두고 하느님께 간곡히 한 가지 부탁을 드렸다.

 

이웃을 위해 일하시다가 얻은 내 어머니의 지병의 완쾌와,

나의 서품식에 그분이 참례하시어 영성체 하실 것을.....,

 

그 후,

정말로 하느님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나에게도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 주셨다.

 

살아 생전에 그러셨듯이 천국에 가신다해도 그분은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끝없는 자비를 구해 주실 것이다.

 

오! 자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닮은 우리 어머니...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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