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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 l 옮겨온 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2 조회수679 추천수7 반대(0) 신고

12월12일 대림 제2주간 화요일       

 

                                                 


 

<"하느님께서는 작은이들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

(마태18,12-14)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 그가 양을 찾게 되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저희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거동을 못하시게 되었을 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모든 가족이 성당에 다니는데 반대 하신 적이 없었고, 아들이 신학교에 갔을 때도 아무런 말씀 없으셨습니다. 언제나 당신은 죄를 많이 지어서 하느님께 갈 염치가 없다고 하셨는데 9월 중순쯤에 병석에 누우시고 매일 산책하시던 집 앞도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서 몸은 아주 바짝 마르셨습니다. 술을 많이 드셔서 위궤양이 생기고, 아픔으로 견디지 못하시다가 겨우 낫게 되면 다시 또 술을 드시는 것입니다. 때로는 안주도 없이 맨소주라도 드셔야 글을 쓰실 수 있었고 기운을 차리실 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마흔아홉은 젊은 나이지만 병을 가진 아버지는 완전히 노쇠한 노인 같았습니다. 문화원에서 친구들과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오시면 나는 그렇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식들의 눈치를 보고 술을 잡수시고도 내색도 하지 않으셨는데 병석에 누우시면서부터는 책을 자주 보시고 신앙서적을 혼자서 조용히 읽으시는 재미를 붙이셨는데 가끔 기침을 하실 뿐 기척도 없이 누워계시면서 가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밑줄을 그었다가 내게 묻고는 하셨지요. 그러던 어느날 갑지기 세례를 받겠다고 하면서 자식들이 그렇게 간곡하게 말씀드려도 시큰둥 하시더니 신부님을 초청하여 정식으로 세례를 받으시겠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방탕한 생활을 하였고, 많은 자식들에게 아픔을 주었다고 뉘우치며, 지금이라도 참회하면 주님께서 용서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세례를 받는다고 하셨는데 젊어서 방탕한 생활을 하였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세례명을 스스로 지으시고, 본당신부님과 회장님들의 방문을 받고 누워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세례를 받는 순간 나는 도저히 아버지를 쳐다볼 수 없었는데 아버지는 정말 환하게 웃으시지만 바짝 마른 그분의 얼굴에는 눈물이 세례수와 같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습니다.


   사실 나는 아버지가 세례를 받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얼마나 오랫 동안 기도하였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셔서 세례를 받고 기뻐하시는 아버지를 볼 수 있었는데 그 후 아버지는 전혀 아픔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나를 보시고 군인으로 월남에 파병된 신학생 아들을 보고 죽을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월남전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매일 많은 사람들이 전사한다고 해서 모든 식구들이 극도로 긴장하고 동생의 무사귀환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아들을 보고 죽게 해달라고 매일 하느님께 조르신다.’고 하셨는데 동생 신학생이 12월 12일 밤 11시경에 철수하는 팀에 합류해서 귀국하고 휴가로 집에 온 것입니다. 전화도 없을 때, 연락도 없이 그렇게 불쑥 더블 백을 메고 온 것을 보시고 아주 행복하게 네 시간을 더 사시다가 12월 13일 새벽 세시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은 그렇게 꿈처럼 아버지를 데려가셨습니다.


   동생은 월남전에서 살아 돌아와서 쉬지도 못하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고 하관을 하는데 동생들이 통곡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아홉 동생들의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자신의 서러움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동생은 부대에 복귀하고 나는 어수선한 집을 청소하고 아버지의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집 앞 화단의 국화와 코스모스의 마른 가지들을 낫으로 베어내던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2홉들이 소주병이 한 30개가 국화꽃 더미 속에 숨겨져 있는데 이는 아버지는 자식들이 싫어하는 소주를 집에 오시는 길에 병으로 드시고 빈병을 몰래 감춰두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일어나셔서 치우시겠다고 하시고는 그만 병석에서 못 일어나신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술 드시는 것이 건강을 해치게 한다고만 생각하고 그렇게 눈치를 주고 싫어했다는 것이 자식으로서 후회하고 가슴을 치며 아파합니다. 돌아가시기 전 진통제처럼 좋은 술 한 번도 제대로 대접 하지도 못한 나의 불효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정말 가난해서 병원도 제대로 갈 수 없고, 약도 한 번 제대로 지어드리지 못하고, 보약은 고사하고 맛있는 음식 한 번 해드리지 못한 것이 가슴에 응어리져 남아서 제발 지금도 이 불효를 아버지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청한답니다. 집에 좋은 술과 안주가 생기면 아버지께 드렸으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생각하면서 혼자 눈물짓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오늘 아버지의 기일입니다. 진정한 효성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어떻게 효성을 다하여야 하는지,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뉘우치는 한 사람을 구하시기 위해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뼈저리게 체험하면서도 그 진실과 진리를 외면하고 나의 영혼을 구하는 데에도 게으르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평생을 주님의 그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항상 내 본위로 살았고, 해석했음을 가슴 깊이 뉘우칩니다. 주님의 섭리하심으로 아버지의 영혼을 구원하고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버려두고 죄인의 회개를 위해서 미천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께 찬미와 흠숭을 드립니다. 부모에게 미주가효(美酒佳肴)로 대접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님의 섭리에 맡겨 영혼구령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내 삶의 봉헌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내 뜻대로 효도한다고 그게 효도가 아님을 이제 겨우 깨닫습니다. 


   자비로운 주님, 저희가 교만한 마음으로 저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주님께 효도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나이다. 당신의 뜻을 깨달아 진정으로 효도하는 자식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저희의 마음에 사랑과 겸손을 심어주시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구령에 내 부모에게 효도함과 같이 섬기고 노력하게 하소서. 당신의 자비로 불효를 용서하시고 성령을 보내주시어 저희가 부모와 자식에게 당신의 사랑을 심게 하소서. 아버지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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