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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놀라우신 주님을 섬기며 <1> / 로버트 케네디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1 조회수715 추천수7 반대(0) 신고

놀라우신 주님을 섬기며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의 삶과 소명

 

약 칠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어느 늦은 밤, 중부 이탈리아의 투스카니라는 아름다운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작은 방안에서 한 젊은 여인이 하느님 이야기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어찌나 열심인지 두 손을 앞뒤로 휘젓는 바람에 촛불이 깜박거릴 정도다. 그녀의 맞은 편에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쓰면서도 졸음에 눈이 반쯤 감긴 사람이 앉아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고해신부로 학식이 깊고 덕망이 높은 신학자였다.

 

마침내 젊은 여인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레이몬드 신부님, 주님께 관심이 없으세요? 그깟 잠 좀 자려고 신부님 영혼을 돌보지 않으시는 거예요?"

 

신부님이 졸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당연하다! 솔직 담대하고 활동적인 이 여인은 바로 시에나의 가타리나로, 교회가 그녀의 통찰력을 귀히 여기는 신비가였으니 말이다.

 

가타리나의 가르침과 글들은 참으로 값져서, 1970년에 교황 바오로 4세는 그녀를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와 더불어 교회 학자로 선언 하였다. 데레사와 가타리나 성녀는, 아우구스티노나 토마스 데 아퀴노 같은 훌륭한 성인을 비롯하여 서른 명밖에 안되는 교회 학자 반열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오른 분들이다.

 

교회 학자 대부분은 수세기 동안 그리스도인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은 이들이다.이분들은 데레사 성녀처럼 종교적인 삶을 사신 분들이다. 그러나 가타리나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평신도로서,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일생 동안 글을 모르고 살았다.

 

그녀가 불러주는 대로 곁에서 받아쓴 단 한 권의 책과 4백여 통의 서간이 그녀가 쓴 글의 전부이다. 이렇게 겉보기에는 별반 갖춘 것도 없는 여인이 어떻게 교회를 향해 가르침을 줄 수 있었을까?

 

 

가타리나가 살던 시대

 

가타리나는 1347년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스물다섯 명의 자녀를 둔 집안의 스물네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녀가 살던 세상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변혁기에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점차 풍요해졌지만, 그와 더불어 영적으로는 불만과 불안이 팽배해져 갔다. 많은 교회들이 부와 결탁하고 부패해 갔으며, 유럽 정치의 혼란의 와중에 뒤엉켜 있었다.

 

잦은 전쟁으로 찢기고 시달린 세상에 그보다 더한 게 닥쳤다. 가타리나가 태어난지 몇 달 후에 시칠리아에서 흑사병이 발생한 것이다. 이 질병이 몇 년 동안 유럽 지역에 창궐하면서, 적어도 유럽 인구의 3분의 1, 전 세계적으로 7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부패와 전쟁과 전염병.....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보기에 마치 하느님께서 당신 교회를 버리신 것 같았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람들을 버리시기는 커녕, 가타리나와 같은 성인을 보내심으로써 그분의 현존을 나타내 보이셨다.

 

               

                                             <말씀지기> 에서

 

* 이 글을 쓴 로버트 케네디는 중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 있는 세인트 토마스대학 가톨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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