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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덤 . . . . . . . . . . . .[ 닐 기유메트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11 조회수883 추천수8 반대(0) 신고

 

 

 

 

 

 

조수아는 농부였는데 영리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다소 얼간이 같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덤으로 더해 주기를 좋아했다.

쌀 한 되를 빌리러 오면 그는 넘치도록 주고도 한두 줌 더 집어 주었다.

또 이웃이 반나절만 좀 도와 달라고 하면 조수아는 하루 종일 가서

일해 주었다.

 

오갈 데 없는 친척이 한 달만 머무르겠다고 하면

조수아는 몇 달이고 있어도 된다고 했다.

 

아들이 산수 문제가 안 풀린다고 하면

다른 숙제까지도 다 마칠때까지 도와 주었다.

 

아내가 부엌의 가스렌지를 새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면

제일 크고 좋은 것으로 사라고 했다.

 

조수아의 후한 마음씨를 본 사탄은 심술맞게도 제동을 걸기로 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조수아의 친절한 마음씨에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순수한 선행이 그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면

앞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마침내 사탄은 조수아를 유혹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누가 보아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요구를 하여

조수아의 관대함도 한계에 부닥쳐 거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작정이다.

일단 한 번 거절하게끔만 만들면 문제는 쉬워진다.

다음 두 번째 거절, 세 번째 거절은 식은죽 먹기가 될 것이다.

 

섣달 그믐날 땅거미가 질 무렵,

사탄은 거친 천 조각으로 만든 커다란 자루 두 개를 등에 지고 있었다.

사탄의 노크 소리를 듣고 조수아는 문을 열었다.

 

어둠의 천사가 말했다.

 

"나는 사탄이오. 지옥으로 가는 길이오.

 이 저주받을 영혼들을 지옥까지 데려가는 중이오.

 내가 일년 간 애써서 거두어들인 영혼들이오.

 일급 영혼들이라고 자랑할만 하지.

 바위처럼 아주 단단한 영혼들이야.

 그런데 누가 들어 주지 않으면 지옥까지 도착할 수가 없겠어.

 좀 같이 들어 주면 좋겠는데.....,"

 

조수아는 늘 그랬듯이 망설일 것도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참 안되셨군요.

 물론 도와드리고 말고요.

 그런데,

 추운데 그렇게 밖에 서있지 말고,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무얼 좀 먹고 출발하자고요."

 

농부의 응대가 의외여서 사탄은 퍽 속이 상했다!

자기 정체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해 주며,

그렇게 끔찍한 일을 도와 달라고 하면,

조수아가 움찔해서 단박에 거절을 하리라고 짐작했던 것이었다.

 

계획이 처음부터 빗나가자 초조해진 사탄은 농부에게 말했다.

 

"난 시간이 촉박하오.

 갈 길은 멀고,

 오늘 밤 12시 까지 이 영혼들이 지옥에 도착하지 못하면

 저 위에 있는 나의 원수가 (사탄은 하늘나라를 향해 눈을 하얗게 뜨며)

 내려와서 이 영혼들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도록 만들어 버릴 거야.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이래 늘 그런 식이었지...

 하지만 올해는 내가 기어이 따돌리고 말꺼야.

 그래서 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당신이 도와 주지 않으면 난 도저히 시간안에 지옥까지 못 갈 것 같소.

 이 저주받은 영혼들이 나 혼자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 무겁소."

 

그러나 조수아는 사탄의 얘기를 다 알아 듣지 못했다.

다만 악마가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으니

필히 도와 주어야만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체하지 않고 제일 두꺼운 겨울 옷을 꺼내 입고,

사탄의 자루 하나를 대신 짊어지고 어두운 밤길을 기분좋게 따라 나섰다.

게다가 사탄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더 무거운 자루를 조수아에게

안겼던 것이다.

 

눈길을 헤치고 간신히 터벅터벅 걸었다.

이따금 사탄이 짐을 내려놓고 좀 쉬자고 했지만,

오히려 조수아가 괜찮다며 좀더 가서 쉬자고 말했다.

 

둘은 두 시간 정도

-가엾은 조수아에게는 2세기가 지난 것같고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한번 도 쉬지 않고 터벅터벅 걸었다.

 

이쯤되자 사탄도 녹초가 되어버렸다.

속셈이 수포로 돌아가자 비참한 기분에 더욱 더 지쳤다.

강행군이 계속되자 사탄은 진이 다 빠지고 완전히 기가 꺾였다.

 

이때 마침,

길가에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집 한 채가 나타났다.

사탄은 조수아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만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우리는 장시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소.

 바로 저기 보이는 언덕 마루의 커다란 동굴이 지옥 입구요.

 자정까지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아 있으니

 한 시간쯤 쉬어도 충분히 갈 수 있소."

 

둘은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집에 들어가

조수아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집에서 가져온 빵 한덩이와 치즈를 건네주었다.

 

사탄은 힘들어 기운이 다 빠져 노곤한 데다가,

따뜻한 난로불 옆에서 배불리 먹고 나니 곯아떨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쳐 잠이 든 사탄을 보고 있노라니...

조수아는 저절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가엾은 악마,

 완전히 기진 맥진이네,

 나머지 길을 걸어갈 여력이 전혀 없어 보이네...,"

 

바로 그때 조수아에게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짐을 혼자서 지고 가기로 한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내가 대신 짐을 져준 걸 알면 놀라면서도 기뻐할 꺼야."

 

조수아는 싱글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리하여 조수아는 끔찍이도 무거운 자루 두 개를 양어깨에 매고

사탄이 좀 전에 가리켰던 언덕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쉬지않고 천천히 나아갔다.

 

조수아가 지옥행 영혼들을 몽땅 둘러매고 나머지 길을 가고 있는 동안,

깊은 잠에 빠졌던 사탄이 퍼뜩 눈을 떴다.

조수아가 눈에 보이지 않자 사탄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탄은 고래고래 소릴을 질렀다.

 

"제기랄, 빌어먹을 놈!

 시골뜨기 주제에 날 속이고 내가 낚은 영혼들을 훔쳐 달아나다니!"

 

사탄은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촌놈은 자루를 두 개나 매고 있고,

 나는 빈 몸이니 뒤쫓아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거야.

 내가 잡은 영혼들을 되찾아서 다시 지옥문까지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거야."

 

악의로 똘똘 뭉친 사탄이

어떻게 조수아의 착한 뜻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으랴?

 

얼마 남지 않은 길이나마 사탄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그의 짐을 대신 지고 '앞질러' 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사탄은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조수아를 잡기는 커녕 점점 반대로 더 멀어져갔다.

사탄이 헛집고 조수아를 찾아 내려가는 도중에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리하여 악마에게 사로잡혀 지옥으로 가던 영혼들이

도중에 모두 풀려났고,

일년 후에는 하늘 나라에 올라갔다.

 

          *

 

악마가 약삭빠르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 덤으로 더 해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어찌해 볼 도리는 없으리라...

 

 

 

-[영혼에서 샘솟는 아름다운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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