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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쉬었다 가세요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1 조회수1,042 추천수7 반대(0) 신고
                                           

                       

                         쉬었다 가세요



   “나이트 클럽‘이란 곳엘 두 번 다녀온 일이 있다. 처음엔 멋모르고 따라 갔다가 기겁을 해서 도망쳐 나왔고, 두 번짼 상대방의 체면을 생각해서 좀 침착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있었는데, 어둠침침한 분위기에 밴드 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시끄러운지) 단 1분도 견디기 어려운 그런 세계였다.


   맥주만 한동안 마시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손님 중엔 여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과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 편에 접근해서 춤을 추자고 치근덕거리는 부인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몇 번이고 당황하게 했다.


   세상은 지금 뭔가에 잔뜩 굶주리고 목말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고기에다 술에다 잔뜩 먹고 마시며 흥청대면서도 실제로는 심한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메말라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몇이서 가까운 극장엘 갔다가 혼자만 먼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성당은 코앞에 있으려니 하고 걷다보니 웬 아가씨들이 길 양편에 죽 늘어서서는 “쉬었다 가세요!”. “놀다 가세요!” 하면서 혼을 다 빼놓는데 누가 볼까 참 미칠 일이었다. 난 여적 내 본당 바로 근처에 이런 여자들이 있는 줄은 몰랐었다.


   “쉬었다 가라!”

   그때 문득 사마리아 여인의 생각이 나면서, 이들이 내가 누군줄 알았더라면 오히려 나에게 와서 예수님의 말씀 안에 쉬었다 가겠다고 청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게 솟구쳤던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 도대체 어디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저렿게 발버둥을 치면서 번지수를 못 찾고 헤메고 있는 것일까?  눈만 조금 뜨면 목마르지 않는 생수와 배고프지 않는 음식이 있건마는 세상은 너무 어두워서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호남동 성당은 참 묘한 곳에 위치해 있다. 아니, 세상을 복음화 시키고 구원의 길로 이끈다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자리요, 오히려 이상적인 위치인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지 우리 신자들은 참으로 열심이다. 우리 교구에서 제일 먼저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시작했기에 많은 이들이 주님께 와서 머물다 가며, 주님 또한 그들 안에 머무시는 아름다운 휴식과 만남의 장소가 된다.


   어느 날 새벽, 미사 후에 등산을 가는데 술집 아가씨가 나를 보고 “아저씨!”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더니 ‘신부님이시구나!“ 하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웃었다.


   언젠가는 성당 주위가 깨끗해지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비록 살기 위한 명목으로 ‘죄’를 택하고 있지만 그들 안에 비춰지는 그리스도의 빛은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주여, 우리 모든 인생들이 주님의 그 평화를 만나게 하옵소서.

   목마르지 않는 생수와 배고프지 않는 그리스도의 음식을 통해 참 삶의 길을 얻게 하옵소서.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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