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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이 다가오자 일어선 베네딕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1 조회수1,018 추천수13 반대(0) 신고
7월 11일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마태오 9장 32-38절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죽음이 다가오자 일어선 베네딕토>


한 성지(聖地)에서 이태리인 베네딕토회 수사님 한분과 몇 달간 함께 생활했던 적이 있습니다. 덕분에 휴일이면 이곳 저 곳 베네딕토 성인(480-547)과 제자들의 혼이 담겨있는 몇몇 대수도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변 경관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마치 신선들의 거처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그래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가 절로 나오던 수비아코 수도원, 아직도 그 강렬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산 정상에 위치해있어 한참을 꼬불꼬불 감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었던, 마치도 견고한 요새 같던, 그래서 영화에나 나옴직한 몬테 카시노 수도원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가는 곳 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그 웅장한 규모 앞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때 잘 나가던 시절, 대수도원에는 수백 명의 수사들이 살기도 했다는군요. 그래서 어떤 시절, 수도원은 그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학문을 주도하던 중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답니다.


수도원들을 방문하면서, 그분이 제정한 규칙서에 대한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베네딕토의 업적은 그야말로 눈부시구나, 주님을 향한 바쳐진 그분의 일생은 정말 영웅적이었구나, 정말 파란만장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베네딕토가 떠나신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은 유럽의 수호성인, 서방교회의 아버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베네딕토의 시대는 민족들의 대 이동이 있던 혼란의 시기였습니다. 이민족들이 끊임없이 이동해가면서 모든 것을 약탈해 갔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 속에 살아갔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가질 수 없었던 절망의 시절이었지요. 이러한 불안정한 시대에 베네딕토는 정주(定住)수도회를 창설함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수도회 설립 초기 베네딕토의 삶은 여러 가지 도전들 앞에 흔들렸습니다. 베네딕토를 아바스로 선출한 수도자들이었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 지나치게 정확하고 성실한 베네딕토를 견뎌내지 못한 나머지 독살까지 계획합니다. 베네딕토의 엄격함이 아직 수도생활에 익숙하지 못했던 수도자들의 나태함과 심하게 부딪혔던 것입니다. 아직 큰 그릇이 되지 못했던 베네딕토였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한 베네딕토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섭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습니다. 그 결과 베네딕토는 자신의 영혼 깊숙한 근저에 도달합니다. 자신 안에 하느님이 머무시는 내면의 장소, 튼튼한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이제 베네딕토는 불평불만이 많은 수도자, 요구사항이 많은 수도자, 공격적인 성향의 수도자, 자기중심적인 수도자들 앞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베네딕토는 수도자들의 진정한 영적 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동료수도자들의 삶을 한 차원 드높이기 위해 노심초사했습니다. 동료수도자들을 영적인 삶에로 이끄는 것이 그의 평생에 걸친 과제였습니다. 베네딕토는 동료 수도자들이 게으름과 우울함에 빠지지 않도록 쉼 없이 촉구했습니다.


“열심히 일하십시오. 더 이상 슬퍼하지 마십시오.”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은 정해진 시간에 육체노동을 하고 또 정해진 시간에 거룩한 독서를 하십시오.”


베네딕토의 제대로 된 영성은 그의 임종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는 임종의 순간이 오자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모아 열렬히 기도하던 중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죽음조차도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베네딕토를 빼앗아 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 선채로 하느님께 나아간 것입니다. 그는 죽음에 의해 자신의 삶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 승리했습니다. 죽음을 친구처럼 편안하게 맞이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목숨을 하느님께 내어드린 것입니다.


베네딕토의 수도 영성이 내포되어 있는 수도 규칙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이정표였습니다. 그는 많은 규칙을 통해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기를 썼습니다. 모든 종류의 고통이나 슬픔과 싸워나갔습니다.


베네딕토 영성의 중요한 요소가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를 원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만히 발휘하기를 기대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바탕이신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도왔습니다.


“수도승들은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하고, 육체나 품행 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할 것이며, 자기 아빠스를 진실하고 겸손한 애덕으로 사랑하고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베네딕토)


몇몇 분들의 부탁이 있어서 한 가지 공지를 드립니다.


최근 평화신문사에서는 그간 제가 써온 ‘생활 속의 복음’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아저씨, 신부님 맞아요?’입니다. 제목이 좀 그렇지요?


제게 지금 여유분이 좀 있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제게 성함과 본명, 주소, 필요한 권수를 메일(ystefano@naver.com)로 보내주시면 한마디 적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책값은? 당연히 공짜로 드려야 되는데...형편이 안 되시는 분들은 안 주셔도 되고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기타 자세한 것은 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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