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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이'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0 조회수703 추천수3 반대(0) 신고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이>(마태 9, 32-38)

 

 그들이 나간 뒤에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하고 말하였다.

 

새 번역에서는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라고 되어 있고, 공동번역에서는 "마귀 들린 벙어리 한 사람을 예수께 데려 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한 벙어리가 아니라 마귀가 들려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만일 마귀 들린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말들을 하였을까? 부드러운 말을 할까? 남을 칭찬하는 말을 할까? 남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할까?  아니면 남을 욕하는 말을 할까? 남을 흉보고 멸시하는 말을 할까? 남의 흠을 잡고 비난하고 모욕하는 말을 할까? 말도 안 되는 괴성을 소리 소리 지를까? 아마도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마귀 들린 사람이 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벙어리로 있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복음은 마귀 들린 사람이 말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하였을까?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말씀이 있다.

 

천사가 즈카리야를 찾아와

"두려워하지 마라, 즈가리아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되겠기 때문이다."(루가 1, 13-15)라고 말하자 즈가리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하고 말하자,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 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 하게 될 것이다."(루가 1,18-20) 이렇게 해서 그는 벙어리가 되었다.

 

그 뒤 엘리사벳이 해산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는데 사람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가리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안된다고 말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즈가리야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가리야는 글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 때에 즈가리야가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아마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던 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을 때 그가 한 말은 즈가리야가 하느님을 찬미하였듯이 그도 분명히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마귀를 쫓아내 주셨는데 어찌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으며 찬미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마귀를 쫓아내 주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벙어리로 있다면 그것이 정상이 아닐 것이다.

 

"숨쉬는 모든 것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라고 시편은 노래하였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입을 주신 것은 주님을 찬미하기 위함이다. 주님을 찬미하기 위해 만들어준 우리의 입에서 무슨 말을 할 때에는 무엇보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이 나와야 한다. 아침에도 찬미, 한 낮에도 찬미, 저녁에도 찬미!!! 찬미는 우리의 말이어야 한다. 찬미는 우리가 주님께 감사드리는 표현이다.

 

신앙생활을 오래했으면서도 찬미의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을 헐뜯고 욕하고 비난하고 흉보는 말은 잘하는데 주님을 찬미하라면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남 앞에서 자기 자랑은 잘하면서 기도하라면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토록 오랜 신앙생활을 했으면서도, 본당에서 무슨 사목회장이다, 꾸리아 단장이다, 구역장이다, 반장이다 하는 사람들도 하느님을 찬미하라면 모두가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하느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있다.

 

왜 그럴까?
말을 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훈련이 필요하다. 어린 아이가 하루 아침에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처음에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계속해서 쫑알거린다. 그러면서 말을 배우는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언어를 배워야 하듯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인간의 언어가 있듯이 하느님의 언어가 있다. 인간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있듯이 하느님께 사용되는 언어가 있다. 인간의 세계가 있듯이 하느님의 세계가 있다. 자기가 어느 분에 대해 말을 하려면 그 분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야 하듯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하려면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야 한다. 왜 기도를 하라면 벙어리가 되는가? 하느님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을 보면 말 못하는 우리들이 말을 하게 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모든 아픔과 질병을 고쳐주셨다." 이것은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고 하였듯이 우리들이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에 대해 감사드리고 하늘 나라 대해 말을 하게 함이시다.

 

우리가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하려면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그리고 하늘 나라에 대해 가르쳐 주시는 말을 듣고 깨달음으로써 그렇게 해서 하나 하나 하느님에 대한 언어를, 하늘 나라에 대한 신비를 배움으로써 우리도 말을 하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하늘나라에 대해 선포하시는 복음을 듣지 않고 배우지 않고서는 그리고 하느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서는 세상 일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흉보고, 비난하는 말은 잘 할런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하느님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하느님에 대한 말을 하는가? 자녀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말을 하는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는 말을 하는가?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 동료에게, 친구에게 내가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말하고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를나눈 적이 있는가? 몇 년을 함께 지내면서도 서로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한번도 하느님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 벙어리로 지냈기 때문이다. 정말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복음을 듣고 성체를 모시며 생활한 사람이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늘 하느님에 대한 말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서나 신자이고 성당을 나오면서부터는 한번도 하느님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말을 하거나 그 어떤 것으로도 하느님에 대해 표현한 적이 없는 마귀 들린 벙어리들이 많이 있다.
 
말은 자기 생각의 표현이다. 말은 서로 통교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말을 못한다는 것은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꼭 언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기의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따듯한 미소, 살며시 잡아주는 손, 한 폭의 그림, 관대한 마음 등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드리는 표현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많은 표현을 하면서도 하느님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이나 행동이나 표정 속에서 찾아 볼 수 없다면 그는 마귀 들린 벙어리일 것이다.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님께 데려가자. 또 내가 하느님을 찬미하지 못하는 벙어리라면 나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시어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 가자.

 

오늘도 말 못하는 벙어리인 내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예수님은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다.

 

예수님,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우리에게서 마귀를 쪼아내 주시어 당신을 찬미하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아멘.             

 

                                                    -유광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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