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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6) 어쩜 그렇게 작을 수가 있니?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0 조회수808 추천수6 반대(0) 신고

 

 

얼마 전 유치원 교실에 갈 일이 있었다.

한 두번 간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교실까지 들어가 아이들 의자에 앉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기도회 모임 때문이었는데,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너무 작은 걸상과 탁자와 자잘구레한 물건들을 보면서 기분이 참 이상해지는 것이었다.

모든 것들이 아주 작다.

화장실의 양변기는 또 얼마나 작고 앙증맞던지.....

놓여있는 슬리퍼들도 아주 작아 꼭 내가 소인국에 간 것 같았다.

난장이집에 간 백설공주?

아니다, 그건....

백설공주가 되기엔 내가 너무 나이먹고 예쁘지도 않아.....ㅎㅎㅎ

그럼 소인국에 간 걸리버?

사실 걸리버는 거인이 아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너무 작았을 뿐이었다.

 

어쩜 그렇게도 작은 걸상이 있을까?

걸상도 양변기도 앉으면 금방 부서질 것 같은 어린이 세상.....

그러나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끄떡도 없었다.

그런데 한시간 넘게 그 조그만 걸상에 몸을 걸치고 있자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너무 불편하여 몸부림이 날 정도였다.

택도 없이 작은 것에 몸둥이를 걸치자니 참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걸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뭘 만들고 놀이하는 어린아이들 모습을 그려보았다.  보호해주고 싶은 여리디 여린 병아리처럼 귀여운 아이들 모습을 그려보다 갑자기 눈시울이 촉촉해 오는 거였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

다섯 살, 세 살짜리, 딸 아들이 앞머리를 나풀거리며 엄마를 향해 달려오던 모습, 그때는 참 귀엽고 예쁘고 앙증스러워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제는 저잘났다고 억세어들 가지고 노엽고 미워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여섯 일곱 살짜리 아이들 세상에 갑자기 들어가 본 그 날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문득 나 자신이 주님 앞에서 아직 이 어린 유치원 아이들보다 더 어린 네댓 살정도의 유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기도도 참 술술 잘도 하는데 내가 하는 기도는 맨날,

"좋으신 주님, 사랑하는 주님, 오늘도 함께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주님 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부족한 저를 인도하여 주소서!" 고작 이 정도다.

더 이상은 나오지가 않는다.

어찌 그리도 초라하고 빈한하기만 한지......

다른 자매들은 신앙의 깊이가 나와는 비교가 안되어 복음을 잘도 해석하여 멋지고 유식하고 어쩜 그리도 구구절절 기도를 잘할까 싶어 감탄하는데 나는 그것이 되지 않으니 마치 그 자매들은 신앙에 있어 대학생 같고 나는  유아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도 하느님은 어린이를 더 사랑한다 하셨지?

약하고 힘없는 어린 양을 더 사랑하고 보호해 주고 싶고 연민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나는 주님 앞에서 하릴없는 유아이다.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양이다.

그래서 스스로 느껴지는 연민에 눈물이 글썽했나 보다.

 

주님도 아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마음처럼 스스로 보호할 줄도 모르고 보호만을 받는 어린아이같은 사람들을 더 생각해 주실지도 모른다.

힘있는 어른보다는  약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보호만을 받는 거기 그 작은 아이들같은 사람들을 보호해 주실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것은 참 귀엽다.

예쁘다.

그리고 약하다.

그래서 더 보호해주고 싶다.

 

늬들은 어쩜 그렇게 작으니?

그런데 나도 너희들처럼 작단다.

짝꿍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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