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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침묵과 고독의 사막" - 7.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31 조회수360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7.30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탈출40,16-21.34-38 마태13,47-53

  
 
                                                      
 
"침묵과 고독의 사막"
 


시간의 십일조(두시간 반)를 바친다는
어느 자매의 고백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주님과의 친교를 위해
구체적으로 하루 중 십분의 일 시간을
침묵과 고독의 사막 시간으로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님과의 오롯한 시간으로 배정하는지요.
어제 예기치 않는 일로 미사 강론을 2/3 정도뿐이 못했습니다.
 
첫 장을 끝내고 둘째 장을 펼치는 순간 참 황당했습니다.
 
이면지로 알고 넣었는데
이미 활자 가득한 종이에 강론 활자가 거듭 겹쳐져
도저히 강론 글자를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
 
순간 깨달은 진리입니다.

‘아, 내 생각이, 내 뜻이 가득하면
  주님의 뜻이 계시되어도 복잡 혼란하여
  도저히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주님의 뜻을 식별할 수도,
  알아 볼 수 없겠다.
  나를 텅 비워야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뜻을 알아 볼 수 있겠다.’

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이래서 침묵과 고독의 사막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옛 사막의 수도자들 하느님을 만나러 침묵과 고독의 사막을 찾았습니다.
 
이런 침묵과 고독의 텅 빈 사막에서
주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과 고독은 영성생활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침묵과 고독의 사막이 마련되어야 깊고 고요한 삶이요,
이런 사막이 마련되지 못하면 내외적으로 가볍고 얕은 시끄러운 삶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침묵과 고독의 내적 사막이 사라져 가면서
날로 얕고 가볍고 시끄러운 삶에 조건반사적 예민한 사람들이 되어 갑니다.

침묵과 고독의 사막의 공간과 시간을 잘 활용해야
풍요로운 영적 삶입니다.
 
주님의 뜻을 잘 깨닫고 실천함으로 주님을 닮아
깊고 고요한, 자비롭고 너그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래서 우리는 끝기도 후 밤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3시경 전 오전 8시 까지
무려 12시간의 침묵과 고독의 사막 공간과 시간을 갖습니다.
 
얼마나 축복된 우리 수도자들인지요.
 
저의 묵상 중에 나오는 강론들,
모두 이 침묵과 고독의 사막 시간의 열매들입니다.
 
이 사막의 공간과 시간 중에 하느님의 영으로 충만해야
다음 날 살 힘을 얻게 됩니다.
 
수도원의 봉쇄구역의 설정 의도도
침묵과 고독의 인위적 사막 마련에 있음을 봅니다.
 
굳이 사막을 찾아 나설 게 아니라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주어진
사막의 시간과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1독서의 모세는
주님과 함께 침묵과 고독의 사막 시간을 잘 누렸던 분입니다.
‘그 무렵 모세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이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였다.’

침묵과 고독의 사막의 여정 중에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모두를 그대로 준수한 침묵과 순종의 사람 모세임을 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 역시 사막의 여정 중,
늘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성막에 눈길을 두었음을 봅니다.

‘그 모든 여정 중에 이스라엘의 온 집안이 보는 앞에서,
  낮에는 주님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중심이 된 간이 성전 같은 성막처럼,
우리 수도공동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성전에서
매일 거행되는 미사와 성무일도입니다.
 
이 거룩한 성전에서 끊임없이 거행되는 공동전례의 은총이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기둥이 되어
우리 수도 광야 여정을 인도해 줍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광야 인생 여정입니다.
 
이의 생생한 표지가 매일 거행하는 공동전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말씀 하십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그물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죽음을 통해 하느님께 당신의 그물을 걷어 올리면
바로 우리의 심판이 시작됩니다.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버린 어부처럼,
주님의 천사들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던져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복음의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율법학자처럼 살아야 합니다.
 
자기 곳간에서 새 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처럼
좋은 분별의 지혜로 사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를 얻기 위해
침묵과 고독의 사막 시간과 공간 마련은 필수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침묵과 고독의 사막 같은 새벽 미사를 통해
당신 지혜로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십니다.
 
“주님,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사도16,14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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