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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숨겨진 자유의지를 찾아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29 조회수593 추천수3 반대(0) 신고

                           

 

 

                     숨겨진 자유의지를 찾아서


 "수녀님, 저희 아이가 더 이상 어린이집을 못 다니게 되었어요. 교실에서 친구들을 할퀴고 물어서 다른 아이 엄마들이 야단이래요. 이 동네에서는 어디 다닐 데도 없어요. 수녀님, 이곳에서 우리 아이 좀 가르쳐 주세요."


 3년 전, 바로 이 아이가 노틀담 몬테소리 자유학교 첫 입학생이다. 그때 몬테소리 교사교육 세미나와 대학강의를 하고 있었던 나는 몬테소리 교육학을 어린이 발달과정에 맞게 개인지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24개월 된 남자아이로, 엄마 말과 달리 얌전히 한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그 아이에게 기본 생활습관과 몬테소리 일상생활 교구(敎具) 활동을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아이는 점점 교구에 집중했고, 함께하는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냈다. 이렇게 그 아이를 포함한 영아 3명과 교사 3명이 우리학교의 첫 반이었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공동체, 바로 이것이 내가 갈망하던 교육현장이었고, 바로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몬테소리 교육을 특성화하고 교사와 어린이가 일대 일로 만나 인격적 관계를 이루고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그런 자유학교(대안학교)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지금 그 아이는 벌써 우리학교의 제일 큰 형이 되었다.


 우리학교 막내로 17개월 나이에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걷지 못했다. 아이 엄마는 "그냥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이의 가정환경을 통해 느낀 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면 모든 것을 다 해주었기에 걸으려는 동기와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걸을 수 있는 동기를 불러 일으켜주었고, 2주 후 아이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기저귀를 차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저 아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 작은 손으로 매트를 운반하고, 그 위에 자기가 원하는 교구를 가져와 활동한 후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가끔 내가 "이거할까?"하면 아이는 "아~아~"하며 고개를 젖는다. 아직 말은 못해도 선택은 분명하다. 어린이 내면에 있는 자유의지가 얼마나 큰 능력인지를 실감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인생에서 가장 흡수력이 강하고 무한한 잠재가능성을 가진 어린시절에 삶의 의지를 가지고, 바르게 익힌다면 어른이 된 후에도 얼마나 기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 오일명 (노틀담 몬테소리 자유학교 교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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