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사랑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0 조회수911 추천수11 반대(0) 신고
7월 10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마태오 9장 18-26절


“딸아, 용기를 내어라.”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사랑>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첫 번째 회칙을 내셨네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걸출한 대 신학자답게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의 심오한 사랑에 대해, 특히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의 사랑에 대해 심도 깊게, 그러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내셨습니다.


특별히 제 눈길을 끈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인 에로스(eros)의 의의와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신 것입니다.


에로스가 인간에게 단순히 순간적인 쾌락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절정, 곧 우리의 온 존재가 열망하는 지복(至福)을 어느 정도 미리 맛보게 해주는데, 이를 위해 에로스는 절제되고 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간 실추되었던 남녀 간의 사랑, 소위 ‘세속적인 사랑’인 에로스의 가치의 복구를 강조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런 걱정을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오늘날 안타깝게도 에로스가 단순히 ‘성’으로 전락하여 상품화되었고, 사고파는 단순한 ‘물건’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인간 자신이 상품화되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육체를 자신의 자유를 행사하는 무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대로 즐기고도 문제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에로스는 상승과 극기, 정화, 치유의 길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에로스는 새로운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비록 불완전한 남녀 간의 사랑이지만 보다 멀리 내다보기 시작합니다. 보다 궁극적인 것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결국 영원을 바라봅니다. 도취 순간의 황홀경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갑니다. 자기만을 찾는 닫힌 자아에서 끊임없이 벗어나 자기를 내어주기 시작합니다. 결국 자아를 해방시킵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아를 발견합니다. 최종적으로 참 하느님을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인간적인 사랑인 에로스를 잘 정화시키고 성장시키면 하느님에게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세속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낱말이 에로스인 반면에 신앙 안에 뿌리를 박고 신앙으로 형성되는 사랑을 드러내는 단어가 아가페(agape)입니다.


“올라가는 사랑인 에로스와 내려오는 사랑인 아가페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습니다. 에로스가 처음에는 커다란 행복을 약속하는 매혹으로서 탐욕적이고 올라가는 사랑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자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더욱더 추구하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을 점점 더 염려하고, 자신을 내어주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인간은 내려오는 사랑, 주는 사랑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줄 수만은 없으며, 받기도 하여야 합니다.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선물로 받기도 하여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듯이, 분명히 인간은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오는 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샘이 되려면 그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새 물을 끊임없이 마셔야 합니다. 그 원천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창에 찔린 그분의 심장에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흘러나옵니다.”


오늘 제1독서인 호세아서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을 인격화시킵니다. 인간을 향한 당신의 사랑을 에로스적인 언어로 표현하십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 정의와 공정으로써, 신의와 자비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 또 진실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니 그러면 네가 주님을 알게 되리라.”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인간이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식을 표현하십니다. 혈루증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을 오랜 고통의 세월에서 해방시켜주시는가 하면, 죽었던 소녀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그 과정에서 하시는 말씀.


“딸아, 용기를 내어라.”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은 이처럼 구체적이었고 가시적이었습니다. 가시화와 구체화의 절정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분의 육화강생이었습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구체화시키고 가시화시키는 도구로써 우리를 선택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사심 없는 이웃봉사를 통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을 통해, 이웃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 안에 구체화시킬 사명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도 이토록 순수할 수 있으며, 이토록 지고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앞에 보여줄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에로스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정화되고, 성장되어 아가페와 잘 융화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