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견딜 수 없네 / 김상용 수사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10 조회수794 추천수6 반대(0) 신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면서 나는 잊지 않고 꼭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일련의 한 예식이 있는데 그것은 반년간 나에게 온 편지들을 정리해서 뜰에 나가 태우는 일이다.

수도자로 살면서 짐이 늘어간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인 동시에 불편해 해야하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내 자신에 대한 관용의 도가 지나쳐 이제는 솔직히 편한 곳으로 시선이 한 번 더 머물고 있다. 그것이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집요하게 나를 부요하게 만드는 데, 이를테면 어찌어찌하여 알게된 사람들이 내게 보내온 여러장의 편지들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모를 때이다.

나는 오늘 비가 오는 수도원 정원 한쪽 구석켠에서 그간 나를 기억하여 자신들의 어려움이나 혹은 즐거웠던 기억등을 적어 나에게 보내준 여러 편지들을 한 장씩 태웠다. 타 들어가는 편지들이 흰 연기를 자욱하게 남기며 사라져 갔다. 그리고 발신자들의 이름을 한 장 한 장 기억하며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예수회원으로서의 삶은 한마디로 '순례자의 삶'이다. 나도 인간인데 어찌 안주하며 머물고 싶은 유혹이 없을까마는 아직까지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한 발짝 더 다가와 나를 기다리시는 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타고 남은 재를 떠나 부유하는 흰 연기 속에 담긴 그대들의 삶에 눈이 매워 수줍게 등을 돌린다

 

 

                                                                  < 예수회 홈 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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