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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작은 기적 . . . . . . . [정채봉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7-09 조회수905 추천수12 반대(0) 신고

 

 

 

그해 6월 어느날이었다.

 

예수의 작은 자매회의 맏수녀분께서 회사로 나를 찾아와서 자매회의

수녀분들이 농한기에 빚는다는 성모자상을 선물로 주시었다.

 

엷은 갈색의 점토색으로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의 웃음이 빈 데 없이

잘 배어진 성모자상이었다.

 

이 성모자상을 내 방에 모신 후 나는 아침이면 출근하면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인사도 드리고...

술에 젖어서 들어 올 때는

"한잔 했습니다" 하고 뒷머리를 긁적인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회사에서 돌아와 웃저고리를 벗는데

큰 아이가 겁먹은 얼굴로 다가와서 내게 말했다.

작은 아이가 성모자상을 넘어뜨려서 아기 예수님한테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다.

 

내 방으로 건너가 보니 과연 아기 예수님의 어깨 부분에

금이 가 있었고 본드가 칠해져 있었다.

나는 관솔에 성냥불이 닿은 것 같은 격한 불길을 느끼면서

아이들의 방문을 열었다.

 

문제를 일으킨 작은 아이가 구석벽에 코를 박고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의 등을 잡아 일으키는데 주르르르.. 하고

아이의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것이 있었다.

 

묵주였다!

그제서야 아이의 뺨에 나 있는 눈물자국도 보였다.

 

나는 아이의 묵주를 들고 창가로 물러나 앉았다.

물끄러미 십자가를 보고 있는 나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괜찮다.  나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서 너희의 죄를 씻고자

 이땅에 온 것이다."

 

나는 커튼을 젖혔다.

전에 없이 별이 많이 보이는 밤이었고

풀잎 기우는 소리도 들리는 듯 정적이 깊은 밤이었다.

 

나는 오랫만에 찬 겨울날에 뜨거운 차를 마신 것처럼

잔잔하게 더워지는 가슴을 의식했다...

 

 

 

                                        - 정채봉님의 '그대 뒷모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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